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시장 내 미국산 제품의 ‘무관세 수입’ 현실화를 언급하면서 유통업계를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소비재시장과 유통기업들은 실제 어떤 영향이 있을지 각자의 이해관계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한미 통상 당국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를 15%로 확정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무관세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무관세 품목 등 세부 내용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관세 폭탄에 따른 직격탄을 우려해 왔던 유통업계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불안하면 기업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며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된 만큼 그에 따른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직접구매(직구) 수요 증가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제조된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붙이지 않으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현지 이커머스를 통한 직구 수요와 플랫폼 등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체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이번 무관세 이슈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높다. 미국산 이커머스 직구가 국내에 무관세로 들어올 경우 국내에서 미국산 이커머스 직구시장이 빠르게 확산, 토종 이커머스 및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해외 직구로 쏠릴 경우 국내 이커머스 전반에 지각변동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프라인 유통가 등에서는 향후 변화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과일이나 공산품 등이 사실상 무관세 수준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면서 "제품 소싱 과정에서도 미국 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 중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유리한 지역 제품을 그때그때 선택해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이상기후 심화로 인한 신선식품 물가 상승세를 고품질의 무관세 미국산 농산물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생산 비중이 높은 밀과 옥수수, 콩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들도 원자재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농축산물 시장개방은 없을 것'이라는 발표를 내놨던 만큼 세부 품목 적용 여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