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정성↑⋯장기적 관점 중요”

6월 27일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발표되면서 이후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들의 전세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전세 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높은 가격의 월세를 부르는 물건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로 인해 당장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선 좀 더 종합적이고 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의 전세가격에 직격타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출 규제 발표 직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월세가 크게 늘었다. 정부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을 금지하면서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아파트 매매 잔금을 치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메이플자이는 최근 100만 원이 넘는 월세 계약이 흔해지고 있다. 예컨대 18일 전용면적 59㎡(24층) 집주인은 보증금 2억500만 원에 월세 42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같은 면적에 보증금 1억 원, 월세 480만 원에 계약한 집주인도 있다. 메이플자이는 올 2월에 총 17건의 전·월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모두 월세가 없는 전세였다. 하지만 대출 규제로 보증금을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아지자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용 59㎡도 이달 보증금 1억5000만 원, 월세 160만 원에 거래됐다.
대출 규제 이후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의 계약 취소 비중도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가 올해 1월부터 6월 27일까지 매매 계약된 수도권 아파트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출 규제 발표(6월 27일) 이후 계약 취소된 건은 1153건이다. 이 중 10억 원 초과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403건)로 집계됐다. 대책 발표 전(1월 1일~6월 26일) 취소된 거래 중 10억 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26.9%였는데, 직후 계약 해지 비중이 8.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잡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규제를 내놓으면서 일부 지역의 과도한 집값 급등이 어느 정도 제어됐다”면서도 “신혼부부나 청년세대들이 이용하는 정책자금대출까지 막은 것은 과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좀 더 디테일한 부동산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몇 년간 정부가 한꺼번에 규제를 강화하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