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판이 크게 바뀌고 있다. 전반적인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그동안 거래량 상위를 점령했던 송파구와 강동구, 성동구 아파트 단지가 말려나고 노원·관악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곳들이 약진하는 모습이다.
23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출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강북구 'SK북한산시티'(15건)다. 노원구 '중계무지개'와 관악구 '관악푸르지오'는 각각 12건으로 SK북한산시티와 함께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송파구 '헬리오시티', 구로구 '현대연예인', 성북구 '한신, 한진'(각 10건), 관악구 '벽산블루밍 1차', 성북구 '월곡두산위브'(각 9건) 순이다.
그동안은 송파구와 강동구 아파트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이다. 올해 들어 대출규제 전인 6월 27일까지는 송파구 '파크리오'와 '헬리오시티',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이 각각 200건 이상 거래가 이뤄지며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이면서 8억 원 이내, 비싸도 10억 원대에 살 수 있는 아파트가 20억~30억 원의 고가 아파트를 밀어내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올해 7억 원 안팎에 매매가 이뤄졌다. 중개무지개 전용 59㎡는 주로 5억 중후반대에서 6억 원 초반대에서 매매됐다. 관악푸르지오는 전용 59㎡가 8억 원대, 전용 84㎡는 10억 원 수준이다.
파크리오와 헬리오시티,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고덕그라시움은 전용 84㎡ 매매가가 20억 원 이상에서 30억 원에 육박한다.
범위를 넓혀보면 이런 모습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송파구에서 대출 규제 이전 거래량 상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아파트 단지는 8곳이었는데 규제 이후에는 4곳으로 줄었다. 강동구와 성동구는 각각 6개, 3개에서 제로가 됐다.
반대로 노원구와 관악구는 각각 1개에서 6개, 5개로 늘었다. 도봉구도 대출 규제 이전에는 30위권 내에 없었는데 규제 이후 3곳이 이름을 올렸다. 구로구도 0개에서 2개가 됐다. 모두 집값이 싼 지역이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도봉구 아파트는 ㎡당 807만 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다. 노원구(957만 원), 구로구(957만 원), 관악구(1036만 원)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송파구는 2389만 원으로 강남·서초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싸고 성동구(1895만 원)와 강동구(1614만 원)도 가격이 높은 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성동과 강동, 마포는 6억을 초과하는 대출을 통해 진입하는 수요가 많았던 곳이라 이번 대출 규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갈아타기 수요가 유입되면서 회복될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은 규제가 계속되면 이들 지역의 거래가 크게 살아나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