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되면 EB 발행 중단
화장품·에너지 등 신사업 진출 제동
“지배구조 강화와 무관…회사 존립 위한 것”

태광산업 이사회의 교환사채(EB) 발행 시도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두고 다투는 가처분 절차가 곧 시작한다. 결과에 따라 태광산업 신사업 진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18일 10시 30분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가처분은 태광산업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했다. 재판부는 25일을 심문 종결일로 지정했고 가처분 결정일은 예고하지 않았다.
앞서 태광산업은 6월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지분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 원 규모 EB 발행을 의결했다. 목적은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예비입찰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애경그룹은 매각 금액으로 6000억 원 정도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법제화되기 전 태광산업이 무리하게 EB 발행으로 자금 확보와 대주주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태광산업 유동자산이 3조 원에 육박하는데 자사주 매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기반 EB는 기업이 이를 외부에 넘기면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 주가 하락 요인으로 평가된다. 트러스톤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트러스톤은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을 확정하지 않은 채 이사회가 결의한 것은 상법 위반이며 주당 순자산가치의 4분의 1 가격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태광산업의 EB 발행은 ‘올스톱’된다. 다른 자금조달 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지금은 여유 자금이 1조 원 미만이라고 설명한다. 현금성 자금은 1조 9000억 원이지만 기존 석유화학 및 섬유 부문에 필요한 투자금과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 원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태광산업은 예정대로 EB 발행을 통해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등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게 된다.
태광산업은 석화 불황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올해와 내년 1조5000억 원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최근 발표했다. 태광산업의 중국 스판덱스 공장 가동도 처음으로 일부 중단에 들어갔다. 공장 폐쇄도 검토 중이다. 태광산업은 2~3년 전부터 국내외 공장 전체를 대상으로 점검 작업에 들어갔고, 이번 공장 일부 중단도 그 일환이다. 또 EB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해 왔다.
다만 시민단체가 EB 발행을 두고 이호진 전 회장의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 세습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이 전 회장을 고발하는 등 여론은 비우호적이다. 이 전 회장이 복귀를 앞두고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이 전 회장은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비상근 고문으로 근무해왔다.
태광산업 측은 EB 발행은 지배구조 강화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또 “모든 시나리오를 다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