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GDDR7 공급 확대

1분기 부진한 실적으로 하반기 전망도 어두웠던 삼성전자에 반전의 실마리가 생겼다. 엔비디아의 중국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이 다시 속도를 내면서, H20을 비롯해 RTX프로6000 등 다른 제품까지 수출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3)와 GDDR7을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어 하반기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20에 들어가는 4세대 HBM인 HBM3를 납품 중이다. H20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기준을 피하기 위해 맞춤 설계된 중국향 AI GPU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4월 H20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며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엔비디아는 대체재로 'RTX프로6000(B40)'을 선보이며 대응해왔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H20의 수출을 다시 승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엔비디아는 곧바로 H20 양산 재개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HBM3 납품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재 약 45억 달러(약 6조2482억 원) 규모의 H20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한 분기 분량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이후 추가 수요는 RTX프로6000이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H20과 B40이 나란히 중국 수출길에 오르며, 엔비디아 전체 제품군의 출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TX프로6000에는 그래픽카드용 D램인 GDDR7(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7)이 탑재된다. GDDR7는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해당 제품에 들어가는 GDDR7 대부분도 삼성의 납품 물량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는 GDDR7을 삼성전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MD도 중국 수출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자사 AI GPU MI308'에 대해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MI308에 대응하는 메모리도 준비하고 있다”며 “AMD가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경우, 삼성의 메모리 사업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위축된 상태다.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4조6000억 원을 기록하며 1분기 대비는 물론,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 반도체 품목별 관세 확대 움직임도 부담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수출 재개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에 새로운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 부문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JP모건은 “엔비디아가 H20칩 관련해 100억 달러 이상의 환입을 기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