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가 신산업 규제 합리화 건의서를 통해 과거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신 산업 내 구 규제’ 54건을 정리해 정부에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먼저 벽에 막힌 기업 연구실이다. 첨단 전략산업은 기술변화에 따라 인력의 재배치가 빈번하고 연구실, 사무실 등 아이디어 융합을 위해 업무의 벽을 허물어 가고 있지만, 기초연구법상 ‘고정벽체와 별도 출입문을 갖춘 공간’만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인력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반드시 4면의 콘크리트 벽과 출입문을 만들어야 한다.
상의는 "혁신을 위해 별도 의미없는 공간을 세워야 하는 것으로 현실과 맞지 않다"고 건의했다.
반도체 공장에 ‘수평 40m 간격’으로 획일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진입 창 규제도 있다. 반도체 공장은 위험물을 취급하는 가스룸과 외부오염물질 유입을 극도로 통제하는 클린룸이 크게 있어 수평거리 40m마다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제가 반도체 공장의 소방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률적인 물리적 간격을 정하는 것보다 시설의 기능에 맞게 진입창이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새 정부가 방점을 찍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도 개선 대상에 올랐다. ‘논밭 위의 태양광’이라 불리우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식물을 강렬한 태양광으로부터 보호하고 전기도 만드는 일거양득의 아이디어 사업으로 남태평양 국가들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법상 농토 이외의 일시적 타용도 사용 허가 기간이 최장 8년으로 제한돼 있다.
당초 농지의 본래 목적을 보전하고, 무분별한 비농업적 용도 전환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된 규정이지만, 지금은 에너지 전환과 농촌소득 다각화가 중요한 시대라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의 이격거리도 낡은 규제로 꼽혔다. 이 시설은 주거지나 도로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는데, 과학적인 거리 기준이라기 보다는 소음, 미관 등 주민 민원에 기인해 지역마다 100m에서 1000m까지 제각각이다. 상의는 "이격거리가 클수록 적정 부지 확보 자체가 어려워 사업이 좌초되는 일도 있다"며 규제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이외에도 반도체공장 방화구획 설정 기준 완화, 소형모듈원전 산업 활성화 지원 법령 개선, 글램핑용 조립식 돔텐트 관련 규제 완화 등 신산업을 가로막는 구시대적 규제 50여 건을 건의서에 담았다.
대한상의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등에 제출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을 통해 "글로벌 지형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경제는 항구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해 급기야 성장 제로의 우려에 직면했다"며 "새로운 시도나 산업에 대해 열린 규제로 다양한 성장 원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