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방패 사라진다"… 자사주 많을수록 큰 타격 ['계륵'된 자사주 上]②

입력 2025-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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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소각 시행 땐 실질적 우호지분 급감
'의결권 최후 방어선' 33.3% 밑으로
재계 "경영권 위협 불씨" 우려 시선

[편집자주] ‘보이지 않는 지분’ 자사주의 용처가 바뀌고 있다. 기업이 사들인 자사주는 때론 주가를 떠받치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응에 사용됐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우호지분’처럼 쥐고 경영권 방어에 활용했다. 최근 새 정부가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하는 입법을 강행하면서 자사주는 이제 기업에 ‘계륵’과 같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소각하자니 기업 지배력이 흔들리고, 쥐고 있자니 제도 변화에 걸린다. 이번 기획에선 제도 변화가 가져올 영향과 함께 자사주를 둘러싼 기업들의 현실과 긴장감, 그리고 해외 제도와의 차이까지 짚어본다.

최근 상법 추가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쌓아뒀던 자사주를 한꺼번에 소각하면 대주주 지배력이 반 토막 나거나 경영권 방어의 저지선인 지분율 33.3%를 밑도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자사주 비중이 전체 주식 수의 20%를 넘는 기업은 59개사로 집계됐다. 기업별로 보면 △인포바인(54.2%) △신영증권(53.1%) △일성아이에스(48.8%) △매커스(46.2%) △텔코웨어(44.1%) △부국증권(42.7%) △모아텍(35.8%) △엘엠에스(35.0%) △대동전자(33.4%) 등이 대표적이다.

자사주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자사주 의무 소각이 진행되면 경영권 방어에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가진 보통주에 더해 자사주가 우호지분으로 간주돼 대주주 지배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자사주가 전량 소각되면 그만큼 대주주 지배력이 줄어들게 된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자사주 비중이 46.2%에 달하는 매커스는 자사주가 사라지면 우호지분이 57.2%에서 20.4%로 쪼그라든다. 자사주 비중이 32.2%인 전방은 대주주 지배력이 48.7%에서 24.4%로 반 토막 난다. 이 외에도 자사주 비중이 20%가 넘는 기업 중에서 △광동제약(43.3%→24.3%) △대신증권(41.1%→21.4%) △코리아나(39.5%→19.8%) △크레버스(48.7%→32.2%) △덴티움(41.1%→24.3%) 등이 대주주 지분율 33.3%를 밑돈다.

특히 의결권 33.3%는 최소한의 거부권 지분, 경영권 방어의 최후 저지선으로도 불린다. 상법상 기업의 분할, 합병, 영업양도, 정관 변경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과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33.3%) 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하다. 행동주의 펀드나 외부 주주가 회사 분할 등을 결정할 때 최대주주가 33.3%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최대주주 단독으로는 중대한 경영상 결정을 할 수 없어 행동주의 펀드나 외부 주주의 개입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지배력이 약해지는 문제는 중소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주요 대기업 계열사 등 주요 기업도 자사주가 사라지면 지배력이 3분의 1 밑으로 떨어진다. 제일기획은 40.6%에서 32.4%로 하락하고, DB손해보험은 38.5%에서 27.4%로 내려간다. 현대모비스는 34.6%에서 32.8%로, 셀트리온은 33.5%에서 30.3%로 하락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상장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공식 발의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소각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반드시 직후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해당 주총에서 대주주 의결권은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한다. 여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사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경영권 위협의 불씨가 될 수도 있어 기업으로서는 배당·인수합병(M&A)·자사주 전략 등 전반적인 자본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할 상황”이라며 “특히 우호지분을 합쳐 33.3%를 밑돌게 되는 기업들은 내부지분 확충, 자사주 소각 시기 조정, 우호세력 구축 등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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