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최후 방어선' 33.3% 밑으로
재계 "경영권 위협 불씨" 우려 시선

최근 상법 추가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쌓아뒀던 자사주를 한꺼번에 소각하면 대주주 지배력이 반 토막 나거나 경영권 방어의 저지선인 지분율 33.3%를 밑도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자사주 비중이 전체 주식 수의 20%를 넘는 기업은 59개사로 집계됐다. 기업별로 보면 △인포바인(54.2%) △신영증권(53.1%) △일성아이에스(48.8%) △매커스(46.2%) △텔코웨어(44.1%) △부국증권(42.7%) △모아텍(35.8%) △엘엠에스(35.0%) △대동전자(33.4%) 등이 대표적이다.
자사주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자사주 의무 소각이 진행되면 경영권 방어에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가진 보통주에 더해 자사주가 우호지분으로 간주돼 대주주 지배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자사주가 전량 소각되면 그만큼 대주주 지배력이 줄어들게 된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자사주 비중이 46.2%에 달하는 매커스는 자사주가 사라지면 우호지분이 57.2%에서 20.4%로 쪼그라든다. 자사주 비중이 32.2%인 전방은 대주주 지배력이 48.7%에서 24.4%로 반 토막 난다. 이 외에도 자사주 비중이 20%가 넘는 기업 중에서 △광동제약(43.3%→24.3%) △대신증권(41.1%→21.4%) △코리아나(39.5%→19.8%) △크레버스(48.7%→32.2%) △덴티움(41.1%→24.3%) 등이 대주주 지분율 33.3%를 밑돈다.
특히 의결권 33.3%는 최소한의 거부권 지분, 경영권 방어의 최후 저지선으로도 불린다. 상법상 기업의 분할, 합병, 영업양도, 정관 변경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과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33.3%) 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하다. 행동주의 펀드나 외부 주주가 회사 분할 등을 결정할 때 최대주주가 33.3%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최대주주 단독으로는 중대한 경영상 결정을 할 수 없어 행동주의 펀드나 외부 주주의 개입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지배력이 약해지는 문제는 중소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주요 대기업 계열사 등 주요 기업도 자사주가 사라지면 지배력이 3분의 1 밑으로 떨어진다. 제일기획은 40.6%에서 32.4%로 하락하고, DB손해보험은 38.5%에서 27.4%로 내려간다. 현대모비스는 34.6%에서 32.8%로, 셀트리온은 33.5%에서 30.3%로 하락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상장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공식 발의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소각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반드시 직후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해당 주총에서 대주주 의결권은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한다. 여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사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경영권 위협의 불씨가 될 수도 있어 기업으로서는 배당·인수합병(M&A)·자사주 전략 등 전반적인 자본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할 상황”이라며 “특히 우호지분을 합쳐 33.3%를 밑돌게 되는 기업들은 내부지분 확충, 자사주 소각 시기 조정, 우호세력 구축 등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