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돈의 흐름’을 바꿔야 지방이 산다

입력 2025-07-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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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평가연구원 비상근연구위원/금융의 창 대표

지방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수십 년간 각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재정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청년층 유출, 산업 기반 침식, 고령화…. 이 모든 현상 뒤에는 공통된 병목이 자리한다. 돈이 지역 안에서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 문제를 보다 본질적으로 인식하며, 출범 초기부터 지방경제 회복을 국정 핵심 과제로 삼았다. “골목경제부터 살리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다. 지역화폐 확대, 균형발전 정책, 추경을 통한 자금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실질적 효과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기존과는 결이 다른 접근임은 분명하다.

지역자금 유출…산업위축에 청년들 떠나

그러나 어떤 정책도, 지역 내에서 돈이 돌지 않는 자금순환의 단절을 그대로 둔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역 자금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경제활동 인구까지 줄며, 자생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는 지방경제 회복이 불가능하다. 정책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자금 흐름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지방의 문제는 단순히 재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금이 지역에 머무르지 못하는 근본적 병목이 문제의 핵심이다. 주민과 기업의 예금은 대부분 수도권 본사로 이전되고, 지역 공공기관조차 외부 대기업에 소비와 투자를 집중한다. 민간투자는 위험을 이유로 지역을 기피하고, 지역 금융기관은 여전히 보수적 대출 관행에 머물러 있다. 돈이 있어도, 지역에는 남지 않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의 단절은 지역의 기능적 쇠퇴로 이어진다. 산업은 위축되고, 청년은 떠나며, 경제 기반이 무너진다. 반복되는 재정 지원에도 자생력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금 흐름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예산이 투입돼도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단순한 예산 투입을 넘어, 돈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할 수 있도록 금융 생태계를 재구성해야 할 때다. 지역에서 조달되고, 운용·투자·회수되는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첫걸음은 지역 기반 금융기관의 역할 회복이다. 지방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단위농수협 등은 오랫동안 생활밀착형 소매금융의 중추였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돼 왔다. 이들은 이제 단순한 대출 창구를 넘어, 지역 자금을 설계하고 순환시키는 플랫폼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창업금융, 공동보증, 포용금융까지 책임 있게 뒷받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공공기관의 지역 기여 기능 강화다.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들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재투자 역할을 해온 경우는 드물다.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지역 자금생태계의 핵심 투자자로 전환돼야 한다. 지역사업 공동출자, 복지 연계 금융, 사회적 금융 참여 등을 통해 자금의 지역 체류를 유도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다기관 협력 기반의 실행 체계다. 지방정부, 금융기관, 공공기관, 민간 투자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공동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공동출자 펀드, 지역 금융협의체, 성과연동형 협력모델 등이 실행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소매금융 살리고 공공기관 투자자로 나서야

현 정부의 지방경제 회복 기조는 단순한 이전·지원이 아니라, 자생력 약화와 자금 유출, 인구 불균형 같은 근본 문제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전환점은 돈이 머무르고 흐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핵심 과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정책은 방향에서 시작되지만, 구조에서 완성된다.

지방의 자생력 회복은 외부의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어렵다. 이제는 돈이 머무르고, 흐르고,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위기의식이 높고, 정부가 지방 의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시점이야말로 그 첫 설계에 착수할 적기다. 돈이 머무는 구조가 있어야, 사람도 머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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