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상 충족되면 보험금 지급

이상기후가 기업의 자산·생산·물류망까지 위협하며 재무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재무적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후보험 제도화 필요성이 부각된다. 해외와 달리 걸음마 단계인 국내 기후보험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와 손해보험업계는 실무협의를 통해 기후보험 도입 및 활성화를 논의 중이다. 앞서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도입해 온열 질환과 감염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도민 25명에게 실제 보험금을 지급한 바 있다. 정부 차원의 기후적응형 금융 모델이 구체화되는 첫 시도였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기업의 경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전역을 덮친 이례적 고온 현상과 강수량 부족으로 라인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며 주요 산업시설의 물류망이 마비되기도 했다.
독일 최대 종합화학기업 바스프(BASF) 과거 라인강의 수위 저하로 일부 공장의 생산량을 줄였다. 해당 공장은 냉각수로 사용 중인 라인강물이 메마르며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운송용 선박 운항마저 어려워지면서 주변 정유회사 등도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태평양의 투발루, 마셜제도, 몰디브 등 섬나라들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위협에 직면해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해수면이 0.5m 상승하는 데 적응하기 위한 비용은 이들 국가의 20년 치 국내총생산(GDP)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방파제 건설과 해안선 간척을 위한 모래·암석 수입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뿐 아니라 실행 자체도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2025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도 폭염, 홍수,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세계 경제 및 사회 시스템 전반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기후가 기업은 물론 경제에 직적접인 영향을 미치자 지수형 기후보험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특정 기상 조건이 충족되면 피해 규모와 무관하게 미리 약정된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풍력발전 기업은 일정 풍속 이하의 바람이 불 경우, 농업법인은 강우량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손해사정이 불필요하고 보험금 지급이 신속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회복 탄력성 확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수형 보험이 이미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농업 생산자 대상 강수량 지수보험이 활성화 돼 있으며 뉴욕시는 저소득층을 위한 홍수보험을 시범 도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통계나 연구가 부족하고 피해 대상이 불특정하거나 보장 범위가 넓어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탓에 기후보험 활성화가 더디다.
일각에서는 태양광발전, 아이스크림, 골프장, 놀이공원 등 날씨 변동에 민감한 산업에 지수형 보험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관련 통계 기반이 부족하고 기업 수요도 낮아 실질적인 상품 개발로 이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위험률이 계산돼야 상품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일단 지수형 보험으로 연계해 기업의 기후리스크를 보장하는 보험이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