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주목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65.60포인트(0.37%) 내린 4만4240.7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4.46포인트(0.07%) 밀린 6225.52에, 나스닥지수는 5.95포인트(0.03%) 오른 2만418.46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미국 정부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8월 1일부터 새로 부과하기로 한 관세에 대해 “기한 연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발언과는 상반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에서 ‘8월 1일이라는 시한이 확정적이냐’는 질문에 “확고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100% 확고하지는 않다”며 “만약 그들이 전화를 걸어와서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열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분야별 관세를 설정할 의향도 밝혔다. 구리 및 구리 관련 제품 수입에는 50%, 의약품에는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높은 관세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다만 향후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에 따라 관세율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하락 폭은 제한됐다. 상황을 지켜보려는 투자자들이 많아 주요 종목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스티브 소닉 인터렉티브 브로커스 선임 전략가는 “관세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유연하다”고 짚었다.
업종별로는 유가 상승에 따라 에너지주가 2.72% 뛰었다. 유틸리티와 필수소비재는 1% 넘게 내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 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5.3%로 나타났다.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확률은 43.7%까지 올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0.98포인트(5.51%) 내린 16.81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디젤 재고가 급감했다는 소식에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40달러(0.59%) 오른 배럴당 68.3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9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0.57달러(0.82%) 뛴 배럴당 70.15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미국의 디젤 연료 재고가 199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정유 시설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데다 주요 산유국의 원유 공급 부족이 배경이다. 세계 석유 제품 생산에서 디젤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추정도 있다. 디젤 연료의 가격 상승이 원유 선물 가격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의 증산 폭 확대가 큰 폭의 수급 완화로 이어진다는 관측이 후퇴한 것도 유가를 지지했다. OPEC+ 8개 회원국은 5일 열린 회의에서 8월 생산량을 전월보다 하루 54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3월 밝힌 당초 계획의 약 4배에 달한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용 원유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원유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 등 일부 투자자들이 OPEC+ 회의를 앞두고 매도 물량을 늘리던 흐름도 일단락됐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OPEC의 증산 발표는 예상했던 것만큼 가격 하락 요인이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유럽증시가 8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1포인트(0.41%) 상승한 545.71에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133.24포인트(0.55%) 오른 2만4206.91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지수는 43.24포인트(0.56%) 뛴 7766.71에, 영국 런던증시 FTSE지수는 47.65포인트(0.54%) 오른 8854.18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관성 없는 관세 정책 발표를 이어가며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상황이지만, 유럽의 경우 협상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CNBC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관세 협상을 여전히 주의 깊게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유럽 시장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털어내는 분위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회사 에버딘의 수석 정치경제학자 리지 갈브레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4개국의 관세율이 기존 예상보다 높았다”면서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의 안정세를 유지시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EU가 추가 관세를 피하고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25%에서 40% 사이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장은 이러한 발표에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관세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상대국에 강한 압박을 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조건을 완화해주거나 협상 시한을 늘리는 방식으로 물러서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값이 8일(현지시간)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 중심인 8월물 금은 전장보다 25.90달러(0.77%) 하락한 온스당 3316.90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과 주요 무역 상대국 간 무역 협상 낙관론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이와 함께 달러가 강세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 역시 금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25%에서 40% 사이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와 함께 관세 부과 시작일을 다음 달 1일로 약 3주 늦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피터 그랜트 제너 메탈스 부사장 겸 수석 금속 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관세 협상과 관련해 시장에서 낙관론이 커지며 안전자산 수요 심리가 위축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은 10일 공개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 예측을 위해서다. 이외에도 여러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예정되어 있다.
하마드 후세인 캐피털이코노믹스 기후·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지속되며 연준은 내년까지 금리 인하를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금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9일 오전 8시 25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0.63% 상승한 10만8946.7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2.79% 뛴 2612.9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1.62% 오른 2.31달러로, 솔라나는 1.74% 높은 151.47달러로 각각 거래됐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8일(현지시간) 강보합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06% 소폭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59% 내린 1.1708달러, 파운드·달러 환율은 0.32% 하락한 1.3608달러를 나타냈다. 달러·엔 환율은 0.77% 오른 146.90엔에 거래됐다.
달러가 강보합인 가운데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는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25%에서 40% 사이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엔화에 대한 불안 심리를 충분히 잠재우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기본관세 10%를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레데릭 듀크로젯 픽텟자산운용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시장은 이번 관세 서한 사태를 추가 협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며 “우려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덜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