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국제 협력 해법 모색
美 바카로 “미국은 협력을 위해 열린 시장”
이재명 “방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한국 방위산업의 대응 전략과 국제 협력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방한한 한국 방산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마이클 J. 바카로 미국 국무부 국방수출통제국 국장(부차관보)은 미국 조선업 재건과 관련한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산업계와 별도 토론회를 갖고 “정부가 적극 방산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제1회 방위산업의 날을 맞아 기념식과 ‘2025 대한민국 방위산업 국제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 K-방산의 역할과 방향성’을 주제로 미국과 유럽, 국내 방산업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최병로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K-방산의 수출 활로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K 방산이 완벽한 원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 방산업체가 소통해 ‘원팀(one team)’으로 대한민국 국익 달성은 물론 G2G 산업의 특성을 살려 우방국과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우리는 안보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K-방산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방위원으로서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적 예산적 지원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에는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와 마이클 바카로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나섰다. 베르투 대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기술력, 신뢰성, 산업 통합 능력 면에서 이미 유럽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며 “이미 인정받고 환영받는 파트너지만, 오늘날 유럽은 한국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 주제를 양측이 공동의 관점과 행동으로 결속되는 전략적 안보·방위 파트너십의 일부로 삼고자 한다”며 “따라서 우리는 한국 정부의 새로운 외교정책 방향,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와의 관계에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지나치게 절충교역(offset)에 대한 제한적인 정책은 유럽과 한국 협력에 실질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 방위산업이 이미 성숙한 상태임을 고려해 이 문제에 대해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바카로 부차관보는 “미국은 한국과의 방산 협력을 위해 열린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 간의 정부 대 정부, 산업 대 산업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 산하는 앞으로도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적용과 갱신이라는 핵심 업무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ITAR과 미국의 방산 수출 통제 체계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방산 산업 협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도구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그는 “ITAR은 미국 방산 부품이 외국 방산 제품에 통합됐을 경우, 그 제품이 제3국에 다시 수출될 때도 적용될 수 있다”며 “이는 한국 방산업계가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했다.
특히 바카로 부차관보는 조선 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국가 안보차원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도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계, 그리고 선박과 관련해 파트너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는데, 행정명령 서명은 그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조선 건조 관련해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지보수(MRO) 사업 등에서 여러 이니셔티브(정책 제안)를 제공해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안보 분야에서 수십 년을 일했는데 지금이 그 어느때보다도 글로벌 안보 환경이 어렵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동맹국 간 방위 산업 협력의 중요성”이라며 “정부와 산업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상호호혜적 이익 제공하고 기술을 적시성있는 속도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 달라. 미국은 협력에 열려있다. 정부와 정부, 산업과 산업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방산 4대 강국’ 목표 달성을 이끌 방산 육성 컨트롤 타워 신설과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를 지시한 데 이어, 오후에는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별도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100여 개 방산업계와 직접 만난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방산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내수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 역량을 인정받아 전 세계로 무기 체계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며 “방위 산업이 대한민국 안보를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전장에서 인공지능이나 무인 로봇과 같은 경쟁력 있는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될 것 같다”며 “방위산업이 지금은 소수의 대기업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 많은 기업이 규모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방위산업의 날은 방산업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방산업계 종사자의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2023년 8월 신설된 국가기념일이다. 7월 8일은 충무공 난중일기에 기록된 거북선의 첫 출전일(1592년 사천해전)이기도 하다. 오전에 열린 기념식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10여 개 국가 내빈, 국내 주요 방산업체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한 종사자 5명에게 정부의 유공 포상이 수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