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은 선반영 인식에 영향력 제한

채권 전문가들은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 가계부채 급증세 등 금융안정 우려감이 커 한은이 연속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연내 기준금리는 2.25%를 예상하는 전문가가 다수를 이뤘다. 인하 시기는 8월 혹은 10월로 내다봤다.
5일 본지가 채권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10명은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 반면,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만 신성환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통위 판단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앞선 금리인하 효과를 점검할 시기로, 연속 인하할 이유는 없다”며 “무엇보다 금융안정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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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통위는 금리 동결 자체보다는 한은의 ‘힌트’에 더 주목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한국형 점도표로 불리는 3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치(K-점도표) 상에서 다수 금통위원이 인하 시사에 동참할 경우, 이는 연내 추가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판 점도표에서 인하 주장 위원이 기존 4명에서 2~3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하더라도 통화정책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 2차 추경이 본격 집행되는 8월경 한 차례 인하가 타당하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에 비춰보면 이번 금통위가 다소 매파적(긴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아예 닫는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어느 정도 매파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주택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이미 발표됐고, 이는 8월경부터 본격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책공조차원에서) 8월에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앞서 2일 공개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가 통화정책의 가장 큰 우려사항”이라면서도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성장률 반등 기대가 살아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시점이 10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추경 집행과 소비 진작 효과로 3분기 경제성장률(GDP)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10월 인하가 합리적 선택지”라고 전망했다.

이번 금통위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시장은 7월 금통위 동결을 대부분 선반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추가 인하 시점이 8월일지, 10월로 밀릴지에 따라 채권금리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성장률 상향과 금융안정 모두를 언급하며 인하 시점을 늦추는 신호를 보낸다면 채권 금리는 단기물 중심으로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겠다”면서도 “8월 인하를 생각한다면 금리는 강하게 오르지 않을 것이다. 강보합 정도 흐름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시장금리는 상승과 하락보다는 금통위 불확실성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은 오는 10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직전 금통위가 있었던 5월 29일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