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인 7월 8일을 앞두고 고관세 시대를 '뉴노멀'로 전제하며, 제조업 협력 기반의 창의적 해법 마련에 집중한다. 미국이 전 세계 20여 개국과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관세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수출입 단순 증감이 아닌 장기적 구조 전환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한미 협상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상은 호혜적 개방 목적이 아닌 미국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전제로 한 협상”이라며 “그간 미국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담긴 거의 모든 항목이 테이블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2∼27일(현지시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진행한 ‘제3차 한미 기술협의’ 결과를 설명하며 "이번 협상이 단순히 관세 수준을 조율하는 문제가 아닌 고관세라는 뉴노멀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3차 기술협의에 대해 지난 1~2차에 비해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1·2차는 미국 측 요구를 파악하는 자리였다면, 3차는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안을 꺼내놓고 상호 교환한 협상”이라며 “물론 간극이 큰 부분도 있으나, 미국이 우선순위를 두는 의제를 파악하는 데는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요청 등 구체적 요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수입 확대만으로는 무역불균형 해소가 어렵다는 점은 미국도 알고 있으며, 제조업 협력을 통해 수출 구조를 바꾸는 방향이 실효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애초 미측은 상호 25% 관세만 협상 대상으로 인정했으나, 이번 협의에서는 품목별 관세 일부에 대해서도 협의 여지를 열어뒀다”고 밝혔다. 다만 "기본 관세 10%는 여전히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협상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특정국만의 맞춤형 해법을 만들기 어렵고, 미국도 다양한 버전의 협상 포맷을 시험하고 있는 상태”라며 “한국은 현대차 210억 달러 투자 등 과거 기여를 강조하며 독특한 딜 구조를 설계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관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며, 고관세라는 뉴노멀에서 균형 확대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수지 적자 해소가 미국의 목적이고, 이 안에는 제조업 부흥이라는 전략이 연결돼 있다”며 “우리는 실용주의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끝까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시한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7월 8일 이후 고위급 또는 수석대표 간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물리적으로 4차 기술협의가 그전에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줄라이 패키지와 관련해서도 정해진 시점을 목표로 삼기보다, 협상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7월 8일 이후에도 실질 협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유예를 받는 국가들도 체화된 이슈를 놓고 지속 협상할 것”이라며 “지금은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측의 요구 우선순위에 대해선 “NTE 보고서에 담긴 사항을 중심으로 이미 2차 협의부터 윤곽이 잡혀 있으며, 지금부터는 우선순위를 좁혀가며 정부 차원의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유예 여부의 경우에는 “미국도 7월 8일까지 최종 결정을 검토 중이며, 행정 명령을 통해 유예 조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세 유예 종료와 관련해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며 관세 유예 종료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 대해서는 "하나하나의 발언에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미국도 유예·부과·협상 동시 병행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