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기후 위기에 희망을 주는 '만병통치약'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책임감 있게 활용한다면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우리의 행동과 진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촉매제'로 여겨야 합니다."
소미야 조시(Somya Joshi)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 글로벌 어젠다, 기후 및 시스템 부서장은 23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AI는 최적화, 확장성, 과학 기반 혁신 등에서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설계·적용 방식이 사회 불평등을 심화하거나 '착취적 서사'를 강화하는 방식이 되면 안 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AI를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면 기후 위험을 완화하고 지구 시스템을 더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조시 부서장과의 인터뷰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투데이와 기후변화센터 공동 주최로 열리는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25'(Climate-Energy Summit Seoul 2025·CESS2025)를 계기로 성사됐다. 그는 이날 '기후위기 시대, AI가 열어갈 새로운 세계 : 희망인가, 위험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CESS2025에서 '양날의 검 AI: 기후를 위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조시 부서장은 스웨덴 국적으로 AI 등 첨단기술이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어떤 가치 기준 위에 서야 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이끌고 있는 '지속가능한 AI'(Sustainable AI) 분야 전문가다. 그가 재직 중인 SEI는 'Currents 2023' 보고서에서 AI 영상 조작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이는 CESS 2025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조시 부서장은 "현재 AI 담론은 '과도한 기대'와 '종말론적 시나리오'라는 두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CESS 2025'에 참여한 계기는 이 양극단 사이에서 균형잡힌 시각과 위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AI에 대한 정확한 서사는 이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AI로 확산될 수 있는 허위 정보 문제점에 대해서는 "AI 기술 발전으로 현실과 가상, 사실 기반의 또는 편향된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에서의 과학의 역할도 약화시킨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다자간 협력도 수년간의 진전을 되돌릴 정도의 강한 역풍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조연설의 핵심 메시지로는 △AI의 물질적 발자국 △AI가 제시하는 위험과 기회 등을 거론했다. 조시 부서장은 "AI 개발은 에너지, 물, 필수 광물, 오염 등 상당한 환경 비용이 든다"며 "AI 기술이 확장될수록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정보, 불평등 심화, 분열, 가치 부조화 등이 AI의 위험 요인이고, 최적화, 과학 혁신, 기후 위기 완화 및 적응 등 기회 요인이 있다. 기조연설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AI 거버넌스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투명성 부족"이라며 "우리는 에너지, 광물 등 AI 개발의 전체 공급망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며 "자원이 채굴되는 지역과 AI 개발 이익을 누리는 지역 간에는 현격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기후정책에 영향을 준 사례에 대해서는 "기후정책 일관성을 높이는 도구로 AI를 활용한 사례가 많다"며 "AI 지구 관측은 각 공급망의 취약성을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 물과 식량, 에너지, 광물 등 주요 공급망간 연계를 조명해준다. 복잡한 기후 시스템을 해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AI는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다만 "AI 정책은 책임성과 윤리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생각해야 하고, 여기에는 기후·지속가능성·인권 등이 포함된다"며 "이를 서로 분리해서 논의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