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바이두, 1100만 건 유료 운행… 샤오미도 가세
미·중은 상용화 돌입… 한국은 규제에 묶여

한국이 자율 주행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 규제에 발목 잡힌 사이 미국과 중국은 이미 로보택시 상용화를 넘어 유료 서비스를 확장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제도 개선 없이는 한국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10~20대 차량을 투입해 일부 승객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제공했고, 안전을 위해 오스틴 내 일부 지역에 한정해 운행 중이다. 테슬라는 수개월 내 로보택시를 1000대까지 늘리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테슬라보다 앞서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이미 자율 주행 로보택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웨이모는 미국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로 주당 25만 건 이상의 유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도 뒤지지 않는다. 바이두는 자회사 아폴로고를 통해 이미 15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상업 운행을 진행 중이며 누적 유료 운행 건수는 1100만 건을 넘겼다. 샤오미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자율 주행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로보택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더불어 유연한 규제 환경이 있다. 미국은 독자적인 자율 주행 가이드라인과 안전 기준을 마련해 최소한의 규제로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실험과 연구를 넘어 실증 단계에 빠르게 돌입했다. 우한시는 2023년 8월 로보택시 운영 허가 구역을 시(市) 전역으로 확대했으며 작년 6월부터는 안전 요원 없이 완전한 무인 로보택시 운행도 허용했다. 바이두는 지금까지 600만 건 이상의 운행을 통해 1억㎞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유럽 주요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자율 주행 관련 법 개정을 통해 4·5단계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운행을 허가했고, 영국은 자율주행차법이 왕실의 재가를 받아 2026년부터 상용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일본은 자율 주행 4단계 차량의 도로 운행 제도를 마련하고 지난해 ‘모빌리티 디지털전환(DX) 종합 전략’을 수립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기술 진보에 맞춰 제도와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로보택시의 상용화를 실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법·제도 미비로 기술 개발은 가능하지만, 실증이나 상용화 단계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정부가 메가 샌드박스 등 제도 혁신을 본격 추진하지 않는다면 자율 주행 기술의 주도권을 다른 나라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한국은 로보택시 기술을 보유하고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며 “규제 완화 없이는 글로벌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