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호르무즈해협 봉쇄 의결…SNSC 최종 결정
美, 중국에 “봉쇄 막아달라” 촉구
일부 유조선 항로 변경·이라크서도 긴장 고조

미국의 대이란 공습에 중동화약고에 다시금 불이 붙으면서 석유 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5% 급등한 배럴당 78달러대에 거래되면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6% 뛴 배럴당 81달러대를 기록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80달러를 5개월 만에 웃돌았다.
석유시장 최악의 시나리오인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전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로 의결했다. 최종 결정권을 지닌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승인하면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을 사실상 틀어막을 수 있다.
JP모건체이스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거나 중동 전역으로 충돌이 확산하는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130달러까지 상승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도달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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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케플러의 쉬 무위 수석 원유 분석가는 “중동 석유 흐름을 방해하려는 직접적인 움직임은 가격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단 하루라도 봉쇄한다면 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120달러 또는 15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인플레이션 쇼크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 등 세계 경기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렌트유 사상 최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가가 급락하기 직전인 2008년 7월에 기록한 배럴당 147.50달러다.
기름값 역풍을 우려하는 미국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지 못하도록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석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에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연락할 것을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참전으로 인해 원유 물류 공급망에 이미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가 수집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각각 200만 배럴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코스위즈덤레이크와 사우스로열티호가 전날 호르무즈해협에서 갑자기 항로를 변경, 페르시아만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으로 항해했다. 그리스 해운부는 전날 자국 선박에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이동을 재검토하고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안전한 항구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생산국인 이라크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특정 장소를 지정하지 않았지만 “이라크 내 미군 기지는 그들의 강점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보유한 공격용 드론이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에 밀반입돼 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