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확실성에 민감⋯변동성 유의
제도화와 기관 수요가 향후 안전자산 여부 가를 듯

비트코인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10만 달러 선을 지키며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비교해 변동성은 컸으나, 회복력이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비트코인은 흔히 '디지털 금'이라 불리지만, 진정한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제도권 편입과 기관 투자 확대 등 추가 조건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날까지 약 4% 하락했다. 미국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며 확전 우려가 커졌던 22일에는 10만 달러 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지기도 했지만 이내 회복했다. 금 현물 가격은 같은 기간 2%가량 하락해 큰 변동은 없었다.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희소성 때문에 '디지털 금'으로 불린다.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고 반감기와 같은 공급량 조절 메커니즘이 금의 채굴 구조와 유사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글로벌 통화량 증가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으며 이러한 인식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은석 포블 책임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전통적인 안전자산 범주에 완전히 들어왔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라며 "현재 1비트코인이 10만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안정적인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비트코인은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르며 은이나 메타와 같은 주요 자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라며 "시가총액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 및 보유와도 밀접한 연계가 있는 만큼, '디지털 금'을 넘은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여전히 전통 자산인 금만큼의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금값과 비트코인, 기술주 간의 움직임은 함께 갈 때도 있고 엇갈릴 때도 있다"라며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흐름이 뚜렷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에는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제도권 편입과 기관 자금 유입이 지속한다면, 비트코인이 중장기적으로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아직 안전자산이라기보다는 리스크 회피 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자산"이라며 "개인 투자자나 소규모 운용사 등 리테일 수요가 높아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의 제도권 편입이나 국가 혹은 기업 차원의 비축 자산화 채택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금과 유사한 성격을 띨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은석 연구원은 "기관 투자 확대와 제도권 편입이라는 일련의 흐름은 비트코인이 안전 자산으로 올라설 수 있는 결정적 단초"라며 "긍정적인 흐름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변동성이 줄고 시장이 성숙하면서, 명실상부한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