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납세의무 정보 자동 교환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관문’
2027년 정보 교환 앞두고 과세 인프라 선제 구축

국제 조세 투명성 강화를 위한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본인 확인 절차와 내부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둔 전초 단계로 본다.
1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올해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마련한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이행에 따른 대응에 나섰다. CARF는 정보교환협정 가입국이 자국 암호화자산사업자를 통해 상대국 거주자의 암호화자산 거래 정보를 매년 자동으로 교환하도록 마련된 국제 표준이다. 한국은 2024년 11월 공식 서명했다. OECD가 제시한 정보 교환 개시 시점은 2027년이다.
CARF는 국제적 조세 투명성 제고와 규제 준수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줬다. 국가 간 가상자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필수 절차로 평가된다.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업비트는 지난해 말 CARF 이행규정에 따른 본인확인서 제출 절차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정식 시행했다. 빗썸은 관련 법령에 근거해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이행을 위해 내부 시스템과 절차를 정비 중이다. 현행 이용약관에 회사와 회원이 관계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포괄 조항이 포함돼, 별도의 약관 개정이나 추가 공지 없이도 CARF 관련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인원과 코빗은 CARF 시행을 전제로 지난달 이용약관을 일부 개정했다. 고팍스는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해외 납세의무 관련 본인확인서를 수취할 예정이며, 현재 관련 시스템 개발을 차례로 진행 중이다. 원화거래소뿐 아니라 코인거래소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코인거래소 포블게이트(포블)는 올해 1일부터 신규 및 기존 회원 모두를 대상으로 해외 납세의무 본인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CARF는 대다수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외 납세의무가 있는 투자자의 경우, 이용 중인 해외 거래소가 CARF 참여 관할권에 속하면 정보 교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자금 이동에 대한 소명 필요성이 커진다.
특히 체납자가 해외 거래소를 활용해 자산을 은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정보 공조의 중요성도 한층 부각됐다. 과세를 피하기 위한 탈중앙화거래소(DEX) 우회 거래가 증가하더라도 상당수 자산은 현금화 과정에서 중앙화 거래소(CEX)를 거칠 수밖에 없어 과세당국의 포착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CARF 이행을 내년으로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의 전초 단계로 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과세 관련 정보가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거래소의 거래 흐름 역시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국세청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도도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과세 시행이 계획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처음 제도화됐지만 세 차례 연기된 끝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되며, 연 250만 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효세율은 약 22% 수준으로 해외 주식 과세와 유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