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나…정유·석화업계 ‘촉각’

입력 2025-06-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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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텔아비브/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텔아비브/AP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유가 급등, 해상 운임 상승,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 '복합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글로벌 교역량의 20%가 이 해협을 거쳤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시장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국내 정유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약 200일 치 비축유가 있어 단기적 차질은 없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도 가시화되고 있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급등은 환율, 해상 운임 등 다른 비용에도 연쇄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킨다. 2019년 이란-미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당시에도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운임이 크게 올랐고, 전쟁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되며 선박 보험료가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평소 대비 3~4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석유화학업계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래깅효과(원료 투입 시차)로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심각한 원가 부담과 수급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로, 원유 수급 차질은 곧 원료 확보 불안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폴리에틸렌, 합성수지 등 최종 제품 가격의 생산 원가가 뛰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는 원유 및 나프타 가격뿐 아니라 물류비 등 전방위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원료 다변화나 비축 전략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래깅효과를 받기 때문에 단기간 스팟(현물) 가격이 급등했다 제자리를 찾아가면 영향이 적을 수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해 유가 상승이 지속하면 본격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게 기업에 큰 부담”이라고 했다.

이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한 국가가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도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중동에서 메탄올을 다량 수입하는 중국은 이란이 전쟁 여파로 메탄올 설비 가동을 중단하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 정저우 상품거래소에서 메탄올 선물 가격은 톤(t)당 2464위안(약 343달러)으로 4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5월 말 미국의 중국향 에탄 수출 중단 지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중국 내 ECC(7~8%) 타격까지 고려하면 약 10% 이상의 중국 에틸렌 설비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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