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 중인 40대 박 씨는 매일 아침 시청역 인근 카페로 출근하는 개인 전문투자자다. 박 씨는 7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전문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투자 원칙은 '분산 투자'에 기반을 두며, 국내 주식·채권, 사모펀드 등에 꾸준히 투자한다.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투자 비중은 3년 전부터 줄여오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은 '개인 전문투자자 현황 및 포트폴리오 주요 특징'을 통해 이처럼 개인 전문투자자 제도 운영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 투자자를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로 구분하고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완화된 보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등록 개인 전문투자자는 작년 말 기준 2만5438명으로 개인 전문투자자 제도가 개편되던 2019년 말 2961명 대비 7.6배(2만2377명) 증가했다.
개인 전문투자자 수는 진입요건 개편 등으로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나, 2022년 말 3만247명을 정점으로 3년째 감소세다. 이는 2023년 사상 최대 주가조작 사건인 'SG증권 발 주가폭락 사태'가 발발한 이후 개인 전문투자자 보호 확대를 위한 장외파생상품 거래요건 별도 신설, 전문투자자 지정절차 보완 등에 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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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을 위해서는 최근 5년 투자기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 원 이상(저위험 금융투자상품 제외) 투자 경험이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소득(연소득 1억 원)·자산(주택 제외 5억 원)·전문성(변호사, 금융 관련 자격증 1년 이상) 요건 중 1개를 선택해 손실감내능력 등을 충족해야 한다.
점검 결과 전문투자자 중 대부분(74.9%)이 소득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고, 자산 요건(18.6%), 전문성 요건(6.5%) 순이었다. 소득 요건을 충족한 전문투자자의 평균 소득은 4억6000만 원(부부 합산 3억9000만 원)으로 최소요건인 연소득 1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연소득 2억 원 이상(47.0%) 전문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자산 요건으로 등록한 전문투자자의 5년 평균 순자산은 18억6000만 원이었다. 작년 기준 순자산 5~10억 원에 해당하는 개인 전문투자자 비중은 58.8%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전문성 요건의 경우 신설 이듬해인 2020년 1150명에서 지난해 663명으로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법정 자격증보다는 상대적으로 취득이 쉬운 투자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협회 자격증으로 등록하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 전문투자자 투자 포트폴리오의 주요 특징은 △분산 투자 △국내주식 투자△국내채권 투자 △높은 사모펀드 투자 비중 △장외파생상품(CFD) 투자 감소 등이었다. 금융투자상품 주요 투자현황을 살펴보면, 주식·상장지수펀드(ETF)가 69.9%로 가장 많고, 이어 채권(14.5%), 펀드(14.3%)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 전문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투자 포트폴리오는 일반투자자와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시장 내 영향력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일반투자자는 주식·ETF 투자에 과도하게 집중(88.8%)하고, 채권(6.5%), 펀드(3.8%) 투자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6억2000만 원으로 일반투자자(3000만 원)의 20.7배에 달했다. 전문투자자는 환위험 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내 국공채, 회사채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국내주식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전문투자자의 해외 주식비중은 작년 말 13.3%로 2019년(8.7%)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일반투자자는 같은 기간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2.6%에서 17.6%로 빠르게 증가했다.
펀드 상품에서는 공모펀드 보다는 고액자산가 등의 주요 투자수단인 사모펀드에 투자를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전문투자자는 펀드 투자금액의 83.4%를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일반투자자는 주로 공모펀드(78.4%)를 선택했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인 CFD 명목잔고는 1조6000억 원 수준으로 2021년(5조1000억 원)을 고점으로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 전문투자자의 손실감내능력과 전문성 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하며 "개인 전문투자자의 평균 연소득(4조6000억 원), 순자산(18조6000억 원) 수준 등 손실감내능력은 진입요건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일반투자자에 비해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등 투자 전문성도 일부 확인됐다"라고 했다.
금감원은 개인 전문투자자 제도의 모험자본 공급 제도 취지에 맞게 자본시장 활성화 및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업계 및 투자자 소통 강화, 개인 전문투자자 제도 운영현황 모니터링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전문투자자 전환 시 투자자가 전환에 따른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받을 수 있도록 대표 위험고지 안내문 등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