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치권에서 석유화학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업계의 산업 재편 움직임에 시동이 걸렸다. 산업 재편이 정부 주도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특정 업종에 지원이 치중되면서 산업 전반의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세심한 정책 운용이 요구된다.
2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석유화학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중동발(發) 공급과잉과 불안정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등으로 업황 불황이 장기화하자,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은 △세제·재정 지원 △전기요금 감면·보조 △규제 완화 및 특례 적용 △연구개발(R&D) 및 인력 양성 △사업재편 △고용 안정 지원 △지역경제 보호 등 석유화학업계와 관련 산업단지가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책을 담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으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으로 후속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이 현실화하면서 본격적인 정책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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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우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간에서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이 시작된 가운데, 정부 주도의 과감한 개편과 지원이 병행하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봐서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은 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구조 전환 지원책이 제도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설비 통합이나 고부가 제품 전환을 추진 중인 기업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주목하는 조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예외 적용이다. 기존에 ‘담합’으로 간주돼 위축됐던 생산구조 전환이나 기업 합병 및 설비 통합, 사업 재편 등 기업 간 협력 행위를 일부 허용하면서, 공급과잉 해소와 효율적인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와서다.
실제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을 추진해 향후 정책 지원이 더해지면 업계 내 연쇄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정 산업군만 콕 집어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유, 철강 등 타 업종 역시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석유화학에만 혜택이 집중되면 정책 형평성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거래법 특례 조항이 석유화학업계에만 적용되면 오히려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산업군이 많아서 정부에 ‘우리도 도와달라’고 강하게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각지대에 놓이는 업종이 없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