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에 G7 한미 정상회담 불발...나토 회담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로 향하며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6.17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17일(현지시간) 개최 예정이던 한미정상 회담이 결국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상황을 이유로 돌연 조기 귀국을 결정한 탓이다. 대통령실은 "미 측으로부터는 그런 상황이 생긴 언저리에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왔었다"고 전했다.

위 안보실장은 16일 캐나다 캘거리 프레스센터 내 중앙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귀국을 하게 됐다"며 "내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원래 다자 계기에는 이런 일이 간간이 있지만, 아마 이스라엘 이란의 군사적 충돌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캐나다와 영국, 일본 등과 양자 회담을 열고 일정을 이어갔지만 돌연 중동 사태를 이유로 국내 복귀를 발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밤 워싱턴으로 복귀해 많은 중요한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급거 귀국에 대통령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이 내일로 예정돼 있었다"며 시간까지 확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대통령실은 G7 회원국과 초청국이 참석하는 확대 세션을 전후로 G7 회원국 간 양자 회담을 조율해 왔는데, 여기에 한미 정상회담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협상을 비롯해 주한미군 감축,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 민감 현안의 급한 불을 꺼야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만나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귀국 전에라도 대면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미국 측이 양해를 구하고, 위 안보실장을 회담 무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두 정상의 대면 가능성의 불씨는 일단 꺼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행 전용기 안에서 이뤄진 즉석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협상과 관련해 "최소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며 각오를 전하기도 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의 불똥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호텔의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6.17 (연합뉴스 )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양측 간 관세 문제에 관한 실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통상교섭본부장이 새롭게 지명되면서 본부장 차원에서도 상대자와 교감을 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내일 있었으면 조금 더 추동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게 되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간 회동이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향후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가장 빠른 계기를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주선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역시 이같은 내용으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 가장 빠른 회담 창구는 24~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불씨는 꺼졌지만 한일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위 안보실장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내일 오후로 정해졌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꽤 구체적인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