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에 힘 싣는 韓…북미 직거래 속 ‘패싱’ 우려

입력 2026-08-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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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연합훈련이 하루 만에 대폭 축소된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북미대화 재개의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상과 안보 가릴 것 없이 한미 간 마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패싱’ 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 외교장관은 19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가을 북미 정상회담 추진 보도와 관련해 “새로운 국면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측과 긴밀하게 협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참모들에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북미회담 사전 조율 여부, 한미 연합훈련 축소 계획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밝힌 내용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미북간 접촉현황에 대해 (미측에) 문의를 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회담 관련 긍정적인 답을 얻고,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동안 한국은 완전히 배제돼 있었던 것이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조율 없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 북미대화가 우리 국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단초를 보여줬다”면서 “우리 국익에 맞게 굴러가도록 하는 게 ‘페이스 메이커’인데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그냥 ‘패싱 메이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미 연합훈련은 트럼프 대통령의 축소 지시로 연습 시작 하루 만에 일정과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이날 합참은 “미측의 제안으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기간을 17일부터 21일까지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27일까지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훈련 기간이 ‘반토막’난 것이다. UFS는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훈련으로,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CPX)와 이와 연계된 야외기동훈련(FTX)으로 구성된다. 이번 조정으로 방어에 중점을 둔 1부 연습만 진행하고 반격 작전 연습인 2부는 아예 취소됐다. 이미 시작된 한미 연합연습이 미측 요청으로 조기 종료 및 축소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앞으로 북미대화 추진 과정에서도 한국이 ‘패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한국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한 이후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미국 역시 최근 한국에 대한 불만을 잇따라 표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 메시지와 함께 한국이 이란 비핵화 동참 요구를 거절했다고 언급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실용외교를 얘기하면서 미국이 보기에 사실상 모호한 입장을 계속 취하면서 대중국 견제나 호르무즈 해협, 이란 핵 문제, 대미투자 등에서 적극성을 띄지 않았다”면서 “트럼프의 ‘거래 비용적 동맹관’에서 볼 때 우리가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고 향후 북미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한미 간 마찰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지속될 경우 한국 안보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를 추동해야 우리가 외교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할 수도 있고 실제 북한 위협이 고도화됐을 때 미국이 북미 관계를 내세워 한반도에서의 관여를 줄여갈 수도 있다”며 “한미동맹에 기반해서 북한 문제를 다뤄야지 한국이 패싱된 상태에서 북한 문제를 다룬다는 건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징후이고 대북 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패싱’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청와대는 중국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과거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대화 국면에서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여왔고 다자 협의를 이끌었던 경험도 있다“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다시 추진된다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중 간 협의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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