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도 판매지점 닫고 전원 철수
건설사 직원도 인접국 긴급 피신
수주 위축 등 사업 차질 불가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 공습이 격화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주재원 철수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가 급등, 환율 불안, 글로벌 수주 위축 등 복합적 충격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현지에 법인을 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철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내 마케팅 및 반도체 연구개발(R&D) 법인을 두고 있는데 주재원과 가족들을 인접국인 요르단으로 긴급 이동시켰다. LG전자 역시 판매지점 운영을 중단하고 주재원 전원의 철수를 완료한 상태다. 현대자동차도 현지 피해 여부를 파악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형 건설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란 테헤란에 지부를 두고 있는 A사는 현지 상주 인력을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 한 관계자는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며 “향후 정세를 지켜보며 복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전역에 진출한 다른 건설사들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현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확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무력 충돌은 실질적인 경제 변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 전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있으며 항공업계와 건설업계 모두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가 73.5달러까지 올랐다”며 “긴장 장기화 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은 건설 자재비 인상으로도 직결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60% 오르면 건축물 생산비용은 1.5%, 일반 토목시설은 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는 중동 발주 일정 지연을 염두에 두고 사업 조정에 나서고 있다. 박철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전 시 사우디 등 인근국의 경제활동도 마비될 수 있어 발주 지연은 현실적인 우려”라며 “현장 운영 중인 기업들은 리스크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은 국내 건설사의 ‘수주 텃밭’이자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주 일정 지연뿐 아니라 계약 해지, 금융 리스크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사우디 등에서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의 향방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16일 오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59.1원으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장기화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특성상 환율 불확실성은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발 통상 압박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은 배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했으며, 7월 8일까지 유예기간을 둔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해외 생산 후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악화와 미국의 통상 압박이 동시에 겹치면서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며 “특히 중동과 미국 비중이 큰 기업들은 전방위적인 리스크 점검과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