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건설업 질병사망자 수가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 인정 기준 확대가 주된 배경으로 꼽히지만 고령 근로자 비중과 고강도 노동 환경 등 구조적 리스크 역시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된 폭염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비상 대응에 나섰다.
17일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질병사망자 수는 총 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9명) 대비 약 41% 증가한 수치로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전체 산업 질병사망자 323명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업종별로는 광업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근로자 1만 명당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질병사망만인율은 건설업에서 0.24‱(퍼밀리아드)로 나타났다. 이는 전산업 평균인 0.14‱보다 약 1.6배 높은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건강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 비율이 크다는 의미다.
건설업의 질병사망자 증가 배경에는 현장 환경의 급격한 악화보다는 산재 인정 기준이 완화된 제도적 변화가 있다. 산업재해 인정 절차가 간소화되고 고혈압·뇌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성 질병이 포함되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2018년을 전후해 과로 기준과 질병 유형을 대폭 확대해 왔다. 이후 뇌심혈관계 질환, 정신질환, 직업성 암 등도 산재로 폭넓게 인정하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다만 건설업 특유의 고강도 노동 환경은 여전히 질병사망률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장시간 실외작업, 교대근무 등은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유발 요소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 여건이 제도 변화와 맞물리면서 건설업 근로자의 산재 승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확대되면서 과거에는 포함되지 않던 사례들이 통계에 반영된 측면이 크다”며 “전체 산업 중에서도 건설업의 질병사망자 비중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된 무더위와 장마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여름철 혹서기 대응 체계를 앞당겨 가동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폭염 수준을 4단계로 구분한 'HDC 고드름 캠페인'을 통해 휴게실, 냉방 장비, 건강 상담 등을 운영하며 혹서기 대응에 나섰다. 실외 뿐 아니라 지하 등 실내 작업장에도 온습도 조절 장비를 설치하고 응급 대응 훈련과 IoT(사물인터넷) 모니터링도 병행 중이다.
또한 DL이앤씨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혹서기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사칙연산 캠페인'을 통해 근로자 수분 섭취, 옥외작업 조정, 휴식 공간 확보 등을 강화하고 있다. 금호건설도 '온열질환 ZERO 캠페인'을 통해 전국 49개 현장에서 근로자 대상 폭염 예방 교육과 냉방 물품 지급, 휴식공간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간호사와 협력한 건강 상담과 자율적 작업 중지 운영 등도 병행해 여름철 근로자 건강 보호에 나섰다.
이 밖에도 호반건설은 '31 STEP 캠페인'을 통해 체온 점검과 강제 휴식을 병행하며 현대건설은 '3GO! 프로그램'을 통해 물·그늘·휴식의 3대 원칙을 강화하고 있다.
최수영 연구위원은 "온열질환, 순환기계 질환, 만성질환 등은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환경 영향으로 발생하는 만큼 단기 처방보다 체계적인 건강 리스크 관리 프레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