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에너지원 어떻게 믹스할 지 고민 필요"
향후 10~15년 이후 보면서 '중장기적 계획' 수립해야

아울러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부처 개편을 통한 '기후에너지부' 신설도 공식화한 만큼 새 에너지 정책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새 에너지 정책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기후와 에너지만 한 부처로 합치는 것보단 산업까지 아우르는 '기후에너지산업부'를 신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가격이 비싸고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이 불규칙해 이런 단점을 해결할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현재 30%대 수준인 한국의 원전 발전 비중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70%를 어떻게 믹스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0.5%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려 전체 중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만들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역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모토가 '실용성'이라며 "실사구시(實事求是)로 잣대를 놓고 보면 에너지 믹스의 적정 비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냈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에 추진력을 더하긴 위해선 정부 부처 조직 개편이 필요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속한 부서 중 어떤 것을 통합하느냐에선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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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산업부와 환경부로 나뉘어 있다 보니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하나의 부처에서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펴는 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와 에너지 두 개를 같이 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산업과 에너지가 헤어지는 게 제조업 강국에서 과연 맞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유럽 사례를 들었다. 그는 "영국과 독일이 제조업 경쟁력을 잃게 된 여러 원인 중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던 부처가 결별한 것도 있다"며 "기후와 에너지가 하나의 부처로 합쳐지고 산업은 따로 있게 되면 산업을 염두에 두지 않게 돼 국제 사회에서 산업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와 에너지를 (하나의 부처에서) 같이 다루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지만, 에너지와 산업이 헤어지는 건 특히 제조업이 강국인 우리나라에선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기후와 에너지, 산업이 모두 합쳐진 '기후에너지산업부'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후에너지부는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켜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하는 성장을 꾀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조직 개편에는 정답이 없지만 지금 상황에선 기후에너지부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하는 지보단 올해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할 때 실사구실 입장에서 잘 잡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새롭게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후에너지부는 10년 전쯤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부처 네이밍이었다"며 "에너지가 수단이니 기후와 합쳐서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국가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는 규제고 에너지는 진흥의 문제"라며 "정부는 규제도 하고 진흥도 해야 하는데 진흥하는 일을 규제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제대로 진흥이 안 된다"고 부연했다.
강 교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보단 광물자원도 함께 총괄하는 장관급 외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에너지청이, 에너지자원부 등 부처를 신설하는 건 필요하다"면서도 "기후를 붙이게 되면 범위가 좁아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산업부가 에너지, 통상, 광물 자원을 모두 하는 건 시대에 동떨어진다"며 "에너지만큼 핵심 광물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탄탄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지속할 수 있어야 해 5년으론 부족하다"며 "최소 향후 10~15년을 보면서 가야 투자도 할 수 있고 투자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하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하고 있는데 다음 정부에서 바꾸면 안 된다"며 "적어도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이런 정책이 수립됐다고 하면 최소 10~15년은 쭉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여러 상황에 따라 에너지 믹스는 바뀔 수 있다"며 "전력수급계획을 2년마다 바꾸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로드맵을 유연하게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에너지 정책에 정치가 관여하기보단 시장 원리에 따라 어떤 전력이 필요한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아무리 빨리 구축해도 10년이 걸린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속도를 내면) 비용만 굉장히 높게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센터 등 AI 산업으로 전력 수요가 늘게 되면 결국 햇빛(태양광), 바람(풍력)으로는 전력이 부족하게 된다"며 "정치가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고 시장 원리에 따라 어떤 전력이 필요한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원전 정책을 지속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긴 위해서 '비용' 부분에서의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고, 정부가 추가된 비용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늘리게 되면 두 가지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우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비싸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기요금이 올라야 하는데 과연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는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확대되기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가기 위해선 국민이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이고 산업 부분도 이를 수용하는 등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일조량과 풍량이 좋은 호남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오는 송전선로가 2개밖에 없어서 호남지역에 신규재생에너지 허가가 사실 많이 보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과 송전망 이슈 등 때문에 이재명 정부 5년 안에 획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기 쉽지 않다"며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선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전력망 100%를 한국전력이 부담하고 있는데 한전 적자와 부채 상황을 보면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전력망 구축을 한전에만 맡기기보단 민간의 창의와 자본을 투입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