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자장사 논란 지속
상생금융 요구에 은행권 긴장 고조

대선을 앞두고 상생금융 관련 공약이 잇따르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해 서민금융과 사회공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동시에 사상 최고 수준의 이익을 거두면서 대선 후보들의 상생금융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코로나 정책자금 채무 조정 및 탕감 △저금리 대환대출 제도화 △가산금리 산정 구조 개편 등을 주요 금융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에게 특별융자를 지원하고, 경영안전자금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 체계를 마련해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만 19~34세 청년에게 최대 5000만 원을 연 1.7%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든든출발자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들 공약 대부분이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 없이 은행을 정책 실행 주체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은 정부가 세우고 실행은 은행이 맡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금융권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계 자영업자의 퇴출을 무조건 막는 방식은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늘리고 정부 재정 투입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상생금융 정책 역시 자율성 훼손과 수익성 저하, 고위험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은행권은 2023년 2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상 이자환급 프로그램을 운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년간 총 2조1000억 원을 투입하는 ‘상생금융 시즌2’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예대금리차가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수익구조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 정책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1.406%포인트(p)로 8개월 연속 이어졌던 상승세를 멈추고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자수익 일부를 환수하는 방식으로 상생기금을 확대하거나 ‘횡재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재정만으로는 서민금융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또다시 은행이 정책 지갑 역할을 떠맡게 될 수 있다”며 “실행 부담이 은행권에 쏠리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