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한 자본시장 레벨업 정책 못나와”
“업계 소통할 범정부 컨트롤타워 필요”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장기투자와 배당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정책 경청’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금융·자본시장위원회와 코스피5000시대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현직자들이 참석했다.
이상윤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주식거래 유동성을 높이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주주나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국내 주식 매도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투자자금 회수(엑시트)가 어려워지면 신규 투자도 제한되는 만큼 기존 투자자산에 대한 엑시트가 자유로워야 해외자금이 더 유입될 것”이라며 “실제 한 외국인이 엑시트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매도를 보류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주환 NH투자증권 대리는 “담당 고객들이 ‘한국 주식은 왜 이렇게 안 오르느냐,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을 못 내는 것이 아니냐’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며 “기업이 실적을 개선하거나 호재가 있어도 지수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 무기력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는 낮은 배당 성향이나 세금 문제, 공매도 논란 등을 거치며 주식이 장기 보유 자산으로 자리 잡기 어려워졌다”며 “주가 상승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왜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뢰를 줘야 지수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훈 신영자산운용 팀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향후 소득을 주식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 중 일부는 배당으로 장기소득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며 “높은 세율이 이런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응배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과장도 “미국에서는 배당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많은데 한국은 그런 사례가 별로 없다”며 “신기술 투자 등과 관련해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주주환원이나 고배당을 두고 이해가 상충하는데, 이런 지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양승후 하나자산운용 본부장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레벨업(level-up)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제도가 있어야 하지만,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하다 보니 시장 변동성이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장기 보유 비중이 높은 기관이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주식형 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이 더해져야 한다”며 “최근 20~30년간 한국 증시가 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았고 이에 따라 무수한 공모펀드 활성화 논의가 이뤄졌지만, 조세 수입 감소와 과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유효성 있는 정책들이 나오지 못했다”고 짚었다.
자본시장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목소리를 일괄적으로 수렴, 검토해 정책을 만드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박영수 VIP자산운용 부사장은 “기획재정부는 세제,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은 법무부는 상법 개정 등 부처마다 대응 영역이 달라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양 본부장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문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빠른 의견 교환과 일치가 중요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통령 직속 기구와 같은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에 대해 “배당은 위험을 감수해 얻은 투자수익인 만큼 무위험인 은행 이자 소득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이를 동일하게 종합 과세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옳지 않으며 다른 대우를 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오기형 코스피5000시대위원장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에 대해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단 최근 2년 동안 역대급 세수 결손이 두 차례 있었던 만큼 이런 문제를 고려해 조화롭게 대안을 찾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