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에 따라 이사회·주주 반발 영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200억 원대 횡령·배임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넘겨진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면서 향후 그룹 경영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이 한온시스템 정상화,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 타이어·배터리 미국 관세 대응 등 중대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과정에서 리더십 공백이라는 초대형 악재로 인해 그룹의 원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배임 혐의에 징역 6개월을,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짐에 따라 기존 허용했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 가격을 부풀려 구매하고, 본사에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조 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75억 원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와 건설업체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현재 보석 상태였던 조 회장은 이날로 법정구속됐다. 이에 조 회장의 부재로 인해 앞으로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 전반이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치더라도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의사결정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이사회나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조 회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한온시스템 정상화,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 타이어·배터리 미국 관세 대응 등 중대한 사안들이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10년간의 검증 끝에 올해 1월 자동차 열 관리 솔루션 업체인 한온시스템 인수합병(M&A)을 마쳤다. 조 회장은 현재 한온시스템 재무구조 개선 등에 나서면서 3년 내 한온시스템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했었다. 다만 이번 판결로 한온시스템과 기존 타이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조 회장의 구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조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진두지휘했던 스타트업 투자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룹은 최근 창립 84년 만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한국앤컴퍼니벤처스 주식회사’를 공식 출범했다. 자본금 150억 원 규모로 출범한 해당 주식회사는 향후 수백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1호 펀드 결성 추진을 병행해 하이테크 기업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그룹 중장기 전략 포트폴리오 ‘스트림(STREAM)’을 직접 기획·설계하며 5년간 CVC 설립 준비 프로젝트를 이끌어왔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타이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 회장은 최근 미국 관세 정책과 관련해 “시장 변화에 맞춰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하고 판매·유통·기술 경쟁력 강화 등 한국앤컴퍼니 배터리 및 한국타이어 글로벌 시장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라”는 공개 메시지로 직원들을 독려해왔다. 미국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테네시 공장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방안도 추진했었다. 조 회장의 부재로 인해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그룹은 조 회장의 공백을 메우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룹의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