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가교보험사 설립하며 부실정리
업계 "회계제도ㆍ금융환경 변화 영향
유상증자 등 통해 자본확충 고민해야"

보험업계에 중소형사발(發) 연쇄 위기경보가 울리고 있다. MG손해보험이 해체 수순에 돌입한 데 이어 KDB생명이 자본건전성 악화로 위기에 직면했다. 롯데손해보험도 자본확충 이슈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보험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의 시계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보험사의 부실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롯데손보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종합등급 3등급(보통), 자본 적정성 등급 4등급(취약)으로 잠정 결정해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종합평가등급 3등급 이상이고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위가 보험사에 경영개선권고(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다만 롯데손보가 구체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제시할 경우 적기시정조치 요건이 해소되거나 유예될 수 있다.
앞서 롯데손보는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며 조기상환권(콜옵션) 이행을 연기한 바 있다. 2020년 5월 발행한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지난 7일 행사할 예정이었지만 감독당국의 사전승인을 받지 못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K-ICS)비율이 15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며 대체 자본 조달 계획이 미비하다고 봤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손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MG손보가 본격적인 해체 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장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MG손보는 모태인 국제화재보험이 2001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그린손해보험을 거쳐 2012년 MG손보로 바뀌기까지 여러 번의 부침을 겪었다.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 시도에 실패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법정관리까지 이어졌다. 다섯 번째 매각 시도에서 메리츠금융이 인수의향을 밝혔으나 노동조합과의 마찰 등을 이유로 인수를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예금보험공사는 300억 원을 출자해 MG손보 계약 관리를 위한 가교보험사 설립을 결정했다. 새로 설립될 가교보험사는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일괄 이관받아 운영하며 이후 전 계약을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로 분할 이전한다. 과거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사태 당시 '가교저축은행' 형태로 부실 금융사를 정리한 전례는 있으나 부실 보험사에 대해 가교보험사를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모든 보험계약을 가교보험사로 1차 이전한 후 전산 시스템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5대 손보사로의 최종 계약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KDB생명도 자본잠식에 빠지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 17조8540억 원, 부채 17조9888억 원으로 자본은 마이너스(-) 1348억 원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을 시가로 평가하게 됐고 시장금리 하락과 감독당국의 보험부채평가 할인율 추가 인하 조치가 겹치며 자본잠식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업은행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중소형사의 동시다발적 위기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 보험사들의 자본 건전성에 대한 불안은 회계제도와 금리 환경 변화의 복합적 결과"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유상증자 등 질 좋은 자본확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