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바이오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구조 개선, 상장 규제 완화, 인재 확보 방안 마련 등 실질적인 산업 육성 정책 개편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바이오산업이 반도체, 인공지능(AI)과 함께 대한민국의 3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약가 인하 등 대외적 위기를 맞고 있다. 또 규제 환경, 제도적 장벽 등 대내적 문제 해결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1일 공개한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바이오혁신토론회’ 영상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에는 이상역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KAIST 부총장),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고문,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정호준 이정회계법인 본부장이 참석했다.
바이오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충분한 자금 조달이 필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은 상황이다. 황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허가를 받아서 연구개발(R&D) 진도를 못 나가는 상황이다. 저희가 앞장서서 투자해야 하지만, 신규 투자를 못 하고 기존 회사 후속 투자만 겨우 해 나가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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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본부장은 “붕괴 조짐을 보인다고 할 정도로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바이오산업은 중장거리 이상을 뛰는 마라토너로 비교할 수 있다.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선수에게 물도 주지 않고 단기 성과를 내라는 분위기가 나면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인력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히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치명적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사업연도에 각각 10억 원 이상이면서, 해당 사업연도 말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차손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정 본부장은 “바이오기업 대부분이 기술특례로 상장해 3년의 유예기간을 가지지만, 2023년 상장사 10개가 자본잠식이나 법차손 이슈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는 바이오 업계 특성상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로 보인다. 장기간 R&D 투자로 특정 시점 이전까지 매출을 발생할 수 없는 산업이다. 또 바이오기업 유지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비 투자가 필요하다. 법차손을 지속해서 상장 유지조건에 넣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바이오산업은 R&D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지금까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R&D에 2500억 원 이상을 썼고, 이중 임상 샘플을 만드는 데 500억 원 이상을 소모했다. 임상샘플을 만들어도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법차손 제도는 나스닥에 상장된 200대 바이오 기업에 적용하면 33%가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라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경쟁을 피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똑같은 분야에 들어가면 경쟁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남은 건 항노화 분야다. 무엇을 준비하고 어떠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향후 세계 부자들이 항노화 치료를 위해 한국에 오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선 인재 양성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 부위원장은 “대학에서 학과 간 칸막이를 과감히 없애야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 원장은 “실무능력을 가진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학교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인력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되도록 많은 현업자가 퇴직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R&D 비용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차기 정부에서도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분절된 채로 운영 중인 여러 정책을 통합하고 바이오를 미래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곳이 국가바이오위원회다. 차기 정부에서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