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후 전환배치? 받아줄 곳 없어요” 계약 해지 17곳에 포함된 ‘홈플러스 잠실점’[르포]

입력 2025-05-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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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예고 잠실점⋯매대 ‘텅텅’ 활기 ‘뚝’

폐점 후 인근 전포 전환배치 한다지만, 직원 불안 여전⋯“여력 있을까 의문”
경남 등 지방 매장도 폐점 위기 속출....홈플러스 “인위적 구조조정 없어”

▲홈플러스 잠실점 1층 테넌트 매장이 비어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홈플러스 잠실점 1층 테넌트 매장이 비어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인근 점포로 보내준다고요? 갈 데도 없어요.

20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서울 송파구 신천동 홈플러스 잠실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건 ‘신규 행사 준비 중’이라는 안내 푯말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텅 빈 테넌트(임대) 공간이었다.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 오후 시간대임을 고려해도 잠실점은 꽤 한산했다. 지하 2층 식품 매장에도 고객은 많지 않아 적막함마저 감돌았다. 일부 매대는 제품이 채워져 있지 않거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같은 상품을 여러 매대에 펼쳐 진열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날 홈플러스 잠실점을 찾은 30대 고객 송영주 씨는 “인근에 살아 장 보러 종종 오는데, 이전보다 주말 손님도 적고 매장도 활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잠실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잠실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알짜 매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그동안 임차해 영업해온 68개 점포 중 17개 점에 대한 계약 해지권을 행사했고, 잠실점도 그 대상이 되면서 폐점 위기에 몰렸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 시점인 3월부터 임대인들에게 잠실점을 비롯해 임대료 감액을 요청했는데,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협상 결렬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는 불가피한 조치로, 폐점 후에도 직원 고용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총 매장 126곳 중 올해 폐점 예정된 점포가 이미 12개 안팎이라 전환 배치 여력이 더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홈플러스 잠실점 직원 김윤정(가명) 씨는 “본사가 최근 설명회를 통해 폐점 시 1~3지망 점포를 내면 보내준다는 데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며 “잠실점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은 강동점인데, 강동점도 2028년 계약이 만료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잠실점에서 20명이 간다면 강동점에서 20명이 빠져야 하는 데 받아줄 여력도 없을 것”이라며 “인근 하남점도 매출이 높은 점포가 아니고 임직원 수도 적어 전환 배치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20일 홈플러스 잠실점 매대에 '오뚜기 케챂'이 빈 매대까지 펼쳐 진열돼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20일 홈플러스 잠실점 매대에 '오뚜기 케챂'이 빈 매대까지 펼쳐 진열돼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가공식품 매대를 정리 중이던 직원 이혜숙(가명) 씨도 “폐점 소식에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회사로부터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어 답답하지만, 평소대로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김수진(가명) 씨도 “잠실점 직원이 100명 정도인데 오픈 때부터 15년 이상 근무한 분들이 많다”며 “폐점 시 위로금으로 300만 원 정도라는 데 일자리를 잃는데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도권 외 지방에서도 폐점이 예상돼 고용 불안은 전국 홈플러스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경남본부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는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언급하지만, 당장 매장이 문을 닫으면 갈 곳이 없다”며 “실질적 고용 보장은 폐점을 안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기다 임대료 협상을 진행 중인 임차 매장도 44개 점이라, 추가 폐점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홈플러스는 폐점 후에도 소속 직원의 고용은 보장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조속히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20일 홈플러스 잠실점 매장이 한산한 모습. (김지영 기자 kjy42)
▲20일 홈플러스 잠실점 매장이 한산한 모습. (김지영 기자 kjy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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