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시공권 확보를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장은 경쟁이 실종된 모양새다. 압구정, 용산 일대에선 건설사 간 자웅을 겨루기 위한 혈투가 펼쳐지는 반면 강남권 일부 사업지에선 유찰이 반복되며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1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입찰 의사를 밝히고 경쟁하고 있다. 조합은 6월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9·11·12차를 최고 65층, 2571가구로 새롭게 짓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2조4000억 원 규모로, 올해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압구정 6개 재건축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빨라 시공권 수주시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압구정역 인근에 ‘압구정 S.라운지(Lounge)’를 열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넥스트홈, 층간소음 저감 등 기술력을 집약해 선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법무법인을 선임해 '압구정 현대' 상표권 출원 절차를 진행하는 등 치열한 홍보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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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용산구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에 입찰한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는 내달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막판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이 사업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직접 수혜지로 평가된다. 양 사는 역대 재개발 사업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안하고 양보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도 1군 건설사들이 일찌감치 몰린 곳이다. 성수동1가 일대를 1~4구역으로 나눠 약 1만 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새롭게 짓는 프로젝트로, 이르면 올해 10월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다수의 대형건설사들이 분주히 텃밭을 다지고 있다.
반면 강남권 주요 사업지로 주목도가 높았던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는 각각 GS건설과 현대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잠실우성 1·2·3차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2860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1조6934억 원에 달한다. 개포주공 6·7단지 역시 최고 35층, 2698가구 대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로, 총 공사비는 1조5319억 원 규모다. 두 곳 모두 강남권 대단지란 점에서 경쟁 수주 기대감이 컸으나 불발됐다.
이밖에 1조7500억 원 규모의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 사업에는 DL이앤씨가 단독 응찰했고,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은 HDC현대산업개발만 입찰해 유찰됐다. 향후 이들 사업지 시공권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가 수의계약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공사비 인상과 경기 침체로 선별 수주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대형 사업지들이 비슷한 시기 몰리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시장은 침체일로인 탓에 서울 사업장 수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강남권이라도 옥석을 골라 수익성 확보가 확실한 곳을 가져가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사 차원에서 반드시 확보하려고 경쟁에 나선 사업지가 지난해 보다 확연히 늘었다"며 "여러 곳을 수주하기 보다는 역점 사업지 수주에 핵심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