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가점수 통보…대한항공 컨소시엄, 최고점
KAI 이의제기에도 방사청 “문제 없어” 입장 고수

1조 원 규모의 블랙호크 헬기 개량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사청에 이의제기를 제기하며 판 뒤집기에 나섰다. 하지만 사업 발주 기관 방위사업청이 “절차상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한항공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최종 선정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UH-60 블랙호크 헬기 성능개량 사업’에서 탈락하자 최근 방사청에 제안서 평가 세부 내역을 요구하는 ‘디브리핑’을 신청한 뒤, 평가 결과에 대한 공식 이의신청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평가상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업은 1990년대 도입된 블랙호크(UH-60) 헬기 36대의 기체 구조를 개량하고 항공전자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약 9613억 원으로, 수리·정비를 넘어선 고도의 설계·제작 역량이 요구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방사청은 평가 결과를 입찰자에 통보했는데, 대한항공 컨소시엄이 KAI 컨소시엄을 제치고 최고 점수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았다. KAI는 블랙호크 개발사인 시콜스키(미국)를 비롯해 엘빗(이스라엘), 한화시스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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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제14조(평가결과 설명 등)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제안서 평가결과에 대한 디브리핑을 원할 경우 인터넷 공개일로부터 3근무일 이내에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
방사청 제안서 평가협의회의 통합사업관리팀장은 디브리핑 요청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5일 이내 디브리핑을 실시해야 한다. 이후 제안서 평가결과에 이의가 있는 업체는 디브리핑 실시 후 3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방사청은 이의신청에 대한 처리 결과를 7일 이내에 해당 업체에 통보하게 된다.
통상 이의제기로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AI가 이의제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우협 선정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AI는 그동안 기술력만큼은 밀리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여왔다. 헬기 성능개량은 단순 수리 역량뿐만 아니라 설계 제작 기술력까지 갖춰야 하는데, 대한항공은 면허생산과 창정비 기술만 갖추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KAI는 한국형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KUH-1) 양산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회전익 복합체계부터 헬기 항공시스템 개발 전반의 경험을 쌓아왔다. 또 업계에서는 블랙호크 원제작사와 손을 잡은 만큼 KAI 측이 이번 입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방사청이 평가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대한항공은 우협 대상업체 지위를 굳혔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가 나간 뒤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내고 “당사는 UH/HH-60 성능개량 사업 입찰에서 우선 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됐다. 추후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