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업들이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한창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노화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노화 치료제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글로벌 항노화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1년에는 24억7000만 달러(약 3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화는 생명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신체 기능과 활동성 등이 저하된다. 노화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황반변성, 퇴행성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며, 면역력도 떨어져 질병에 대한 노출 위험이 커지고, 회복 능력도 감소한다.
인류는 오랜 시간 노화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이어왔다. 1930년대에는 식이제한이 쥐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연구가 발표됐으며, 이후 학계에서는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물질과 신호전달 경로가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노화 세포 제거, 노화 세포 역노화 등 다양한 방식의 노화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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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는 알토스랩, 칼리코,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 등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노화 치료제 개발을 공식화한 제약사는 없지만,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에 나서고 있다.
2018년 설립된 하플사이언스는 노화된 조직의 재생에 중요한 단백질인 하플1(HAPLN1)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 중이다. HAPLN1은 세포외기질(ECM) 내에서 히알루론산과 프로테오글리칸을 안정적으로 결합해 항산화, 항노화, 조직재생 작용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이를 기반으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피부 노화 등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난치성 만성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하고 있다.
메디스팬은 노화 면역을 활성화해 노화를 타깃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면역 활성화 물질인 ‘TLR5 수용체’를 기반으로 한 역노화 치료제 후보물질 ‘MSP-102’는 현재 임상 1상 중이며, 글로벌 항노화 기업 알토스와 협업하고 있다. 회사는 비강 스프레이,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으로 다양한 투여 방식도 병행 개발 중이다. 또 노화 세포의 분열을 유도해 정상 세포로 회복을 촉진하는 ‘MSP-401’도 개발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미국 신약개발 기업 턴바이오로부터 세포의 생체 시계를 되돌리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도입했다. 회사는 턴 바이오의 ‘ERATM(Epigenetic Reprogramming of Age)’ 플랫폼을 활용해 노화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나이벡은 노화를 억제하고 역전시키는 효과가 있는 GRP78-유사 펩타이드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고, 아벤티는 노인성 근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항노화 연구는 해외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아직 임상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만큼 충분히 글로벌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노화 치료제 개발 기업 대표는 “국내는 해외에 비해 노화 연구에 대한 투자와 연구 기간이 짧은 편이지만, 최근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노화 기술 자체가 복잡하고 개발 속도도 빠르지 않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국내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