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영업 현장 내실화 강화해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지난 1월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자체 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자구 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부통제가 영업 현장에서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올 초 구성한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수차례 열어 각종 내부통제 관련 사안을 심의ㆍ결의했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핵심 내용이다.
은행권은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재·신규선임을 통해 내부통제위원회를 재정비했다. KB국민은행은 회계·소비자보호·법률 분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2인(윤대희·서태종)과 사내이사 1인(이성재)으로 구성하고 지금까지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각각 1회, 3회 개최했다. 신한은행은 박상규·김성남·함준호 이사로 구성된 내부통제위원회를 총 4회 열었다.
하나은행은 전진규·이영주·권영선 사외이사를 위원으로 한 내부통제위원회를 2회 진행했다. 올 3월 신규 선임된 이영주 사외이사는 춘천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으로 법률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은행업과 정부·규제기관, 증권업 등 다양한 업무 수행 경험이 있는 이경희·최윤정·박원상 사외이사가 내부통제위원회 활동을 맡아 지금까지 총 3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은행들은 자체 내부통제 강화안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기업여신·자산관리(WM)·글로벌 담당 ‘책무관리 RM제도’를 신설해 영업점·사업그룹 업무 전반을 모니터링 중이다. 위험분석 인공지능(AI) 모형으로 새로운 유형의 이상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도 연내 개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전 '내부통제 자체 점검 프로세스'를 신설했다. 위험요인·취약 분야를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하고, 이 프로세스를 책무구조도 점검항목에 반영하기로 했다. AI를 활용한 비정상 금융거래 탐지모형을 개발해 상시 감시시스템도 운영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그룹 공통 내부통제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자회사별로 분산돼 있던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주 중심으로 통합 구축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데이터 관리의 효율화, 점검 실효성 확보 등 그룹 전반의 내부통제 수준이 상향 평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은행은 올 2월 영업현장에 내부통제관리역·전문역·지점장을 배치해 ‘3중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영업본부 특성에 맞는 점검과 산하 영업점에 대한 월별 정기 감사 등을 진행 중이다. 업무 매뉴얼을 통해 전·후임자 업무 점검을 실시하고 10영업일 이상의 의무사용 장기휴가를 도입해 휴가자 업무점검도 강화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올 1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리문화 진단’을 매년 진행하기로 했다.
관건은 이 같은 노력이 금융사고 예방이라는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고강도 내부통제 정책인 은행권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에도 일부 은행에서 추가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균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책무구조도 작성을 통해 금융사고 예방 등 금융사의 실질적인 내부통제가 강화될 수 있을지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감독당국은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기관이 운영 위험 요인을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살피고 책무기술 및 배분의 적절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책무구조도가 업무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현출 PwC컨설팅 파트너는 “예컨대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여신에 관련한 전반적인 내부통제 규정부터 체계, 진단 등 교육까지 모두 챙겨야 한다”며 “이에 따라 금융사 내 인적, 물적 자원 지원이 늘면 실무 부서에서도 내부통제를 의식하게 되면서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극적인 AI 활용을 강조했다. 채 교수는 “사고가 발생하면 임원이 해임되고 끝나는 식의 형식적인 책무구조도 작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사고 발생 전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