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국민의힘의 6·3 대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김 후보는 낡은 19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고, 사전투표제도·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등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막기 위해 어떤 세력이든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총 56.53%의 종합 득표율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43.47%)를 누르고 최종 후보가 됐다. 이번 최종 경선은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가 50%씩 반영됐다.
김 후보는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한 후보를 앞섰다. 당원 투표 61.25%(24만6519표)로 한 후보(38.75%, 15만5961표)를 크게 앞섰고, 여론조사도 51.81%를 기록하며 한 후보(48.19%)를 제쳤다.
김 후보는 수락연설을 통해 "우리 모두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좌절과 분노를 뚫고,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며 "수많은 국민들의 함성에도 대통령은 탄핵됐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기필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모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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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선후보 선출에 감사하며 "어깨가 무겁다. 제 한몸이 산산이 부숴지더라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그간 함께 경선을 치른 후보들을 한명 한명 호명한 뒤 무대 위로 불러 통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우리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환골탈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최대한 신속하게 당을 혁신하겠다"며 "후보와 당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빠르게 당 조직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낮은 곳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헌신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낡은 19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겠다. 정치와 사법,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하고, 사전투표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역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국민과 우리 당원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향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활동한 초기부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공언하며 일찌감치 선명성을 드러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식 단일화와 같은 구체적인 방식도 언급했다. 한 전 총리가 출마선언에 나선 2일엔 "단시간 내에 보겠다. 서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중앙선관위 대선 홍보물 인쇄 발주 마감일인 오는 7일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이 기간 안에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후 마지노선으로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이 꼽힌다. 이 기간 안에 단일화 작업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 번호인 2번을 부여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김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1970∼1980년대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1971년 전국학생시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두 차례 제적됐고, 이후 청계천 의류 공장에서 근무했다.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시절과 1986년 인천 5·3 민주항쟁 때 구속되는 등 당시 노동 및 민주화 운동에서 상당히 이름을 떨쳤다.
다만 1990년대 초 구소련의 붕괴 이후 김 후보의 인생은 달라졌다. 1990년 민중당을 통해 정계에 첫 발을 들인 후 보수 정당 의원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6년 경기도지사가 됐고, 2010년 재선에 성공한 뒤엔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던 김 후보는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사노위원장에 올랐다. 작년 8월에는 노동부 장관에 임명됐다.
특히 김 후보가 대선 후보로까지 올라온 건 지난해 12월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사과 후보에 국무위원들을 중 유일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서 주목을 받아서다. 이후 김 후보는 탄반파(탄핵 반대파)의 대표 인물로 거론되며 줄곧 범보수 진영의 지지율 선두를 달렸다. 이에 지난달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이날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