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정책을 발표하는지 다 보고 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본지와 만나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이번 대선에서 소상공인 공약이 제대로 수립되고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세력을 눈여겨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유례없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에 2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자영업자 은행연체율은 6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폐업 100만 시대가 열렸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 회장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경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라며 “폐업률 등을 보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고 느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3년, 2024년 계속 나빠졌는데 올해도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정치밖에 없다. 정치권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정치권이 다른 데에만 정신이 팔렸다고 보고 있다. 송 회장은 “지금 정치권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빨리 정치가 안정돼야 한다”라며 “현재 대립과 갈등이 너무 심한 구도다 보니 소상공인들도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다. 빨리 협치를 이뤄서 민생 안정을 중시했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소공연이 105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6%가 정치권이 소상공인의 상황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88.1%가 이번 대선에 투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만큼 막막한 현실에 생계를 뒤로하고 투표장으로 향하려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송 회장은 “이번 대선은 최우선 순위로 소상공인을 살리는 대선이 돼야 한다”라며 “소상공인이 극빈층이 돼 가정이 파탄 나고 지역경제가 휘청이고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악순환을 끊어낼 비전과 대책이 확실히 제시되는 대선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송 회장은 전국을 다니며 현장을 찾았다. 그는 “현실은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들도 많았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종 및 지역 간담회, 정부, 국회 정책간담회를 통해 현안에 대한 소통과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라고 돌아봤다.
송 회장은 “올해는 여야를 비롯해 관계부처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라며 “조기 대선과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회원단체를 비롯해 각 지회 지부와 의기투합해 우리의 목표를 실현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각 정당에 현장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통계 조사를 진행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정책안을 도출해 내겠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자영업자와 소득 불평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36.4%, 50대는 27.3%로 집계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실태조사에서는 창업자 중 50대 이상 비중이 48.9%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기존 직장에서 은퇴한 후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의미다.
송 회장은 “60대 이상 은퇴한 고령자들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안정적 삶을 살기 위해선 상회안전망과 보장 체계가 받쳐줘야 하는데 고소득, 전문직, 교사, 공무원 등을 제외하고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자영업 시장이 포화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제한해 적용하는 등 자영업자의 현재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저임금의 경우 동결되거나 인하,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 회장은 “올해 최저시급 1만 원 시대가 됐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2000원을 넘는다”라며 “우리의 경쟁상대인 대만은 7900원, 일본은 9460원으로 선진국인 일본을 넘어선 지 3년이나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가 많이 벌 수만 있다면 최저임금을 왜 안 올리겠는가”라며 “지금 100만 폐업 시대인 현실을 봐야 한다. 대규모 사업장, 영세 사업자 모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치는 게임”이라고 했다.
송 회장은 “지금 100만 명이 폐업한다는 것을 그냥 ‘폐업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경제적으로는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고, 경제적으로 활동이 안 되면 그다음에는 가정이 파탄 난다. 엄청나게 심각한 일이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모두가 숫자만 이야기할 뿐이지 이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거나 고민하는 기색이 있는 걸 못 봤다”라며 “왜 한쪽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듣고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한탄했다.
최저임금의 직접 당사자는 고연봉 노조원들이 아니라, 자기 집까지 담보로 잡고 대출로 사업을 이어가면서도 임금을 주고 싶어도 제대로 줄 수 없는 현실로 내몰린 소상공인들이라는 취지다.
송 회장은 “근로자들이 필요해 최저임금을 올려준다면 정부에서 책임을 지든가 지원을 해줘야지, 소상공인들은 다 죽게 생겼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너무나 한가한 콧노래”라며 “우리에게는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차등 등 이야기도 많이 하시는데 쉽지 않다”라며 “하나의 방법이라는 건 알지만, 오히려 지금은 ‘일도양단’으로 결단을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휴수당 역시 폐지를 요구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보다 주휴수당에 더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15시간 이상 고용하면 주휴수당을 주는 현재 제도로 인해 통계청에 따르면 주당 14시간까지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지난해 174만 명으로 10년 전인 2015년(87만 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송 회장은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영 악화, 각종 대출과 수수료,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부담으로 소상공인의 고용이 줄고 사장이 혼자 근무하거나 가족이 일터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숙박과 PC방, 편의점 등 인건비에 취약한 업종은 사업을 종료하는 것까지도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주휴수당 법정한도인 주당 15시간 노동만 시키고 쪼개기 근무를 통해 직업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은 이미 1990년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했고, 임금수준이 낮은 멕시코, 태국 등에서나 남아 있는 이 낡은 제도가 고용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라며 “소상공인과 취약 근로자 모두가 불행한 쪼개기 근로를 양산하는 주휴수당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긴급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과 중기부 소상공인 전담차관 신설 등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송 회장은 “소상공인들과 딸린 가족까지 하면 적은 인원이 아니다”라며 “소상공인을 대변할 수 있는 소상공인 차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 회장은 소상공인들에게 “참 싱겁다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겠지만 ‘잘 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희망을 찾아가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북돋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