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고가 부동산 상속·증여 시 기준시가 대신 시가에 따라 과세하는 감정평가 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이른바 '세금역전' 현상 바로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1분기 터무니없이 낮게 신고한 상속・증여된 '고가주택' 등을 바로 잡은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국세청은 상속・증여받은 부동산을 시가에 맞게 평가·과세하기 위해 2020년부터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꼬마빌딩 896건을 감정평가해 신고액 5조5000억 원 대비 75% 증가한 9조7000억 원을 과세했다. 특히 관련 예산을 지난해 45억 원에서 올해 96억 원으로 대폭 늘려 기존 꼬마빌딩뿐만 아니라 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까지 감정평가를 확대․시행 중이다.
1분기 사업 시행 결과 총 75건의 부동산을 감정평가해 신고가액(2847억 원)보다 평균 87.8% 높은 5347억 원을 과세했다.
특히 성수동 카페거리의 한 꼬마빌딩은 신고가는 60억 원이었지만 감정평가 결과 320억 원으로 증가율이 433%에 달했다.
주택 부문에서는 신고가액 대비 감정가액이 평균 103.7% 높았으며, 단독주택만 놓고 보면 증가율이 무려 151%에 달했다.
서울 논현동의 255㎡ 단독주택은 신고가액이 37억 원이었지만 감정가는 140억 원으로 증가율이 278.4%에 달했으며, 삼성동의 309㎡ 단독 주택은 33억 원 신고가액에 95억 원 감정가로 187.9%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와 함께 매매 사례가 거의 없는 초고가 대형 아파트의 신고가액이 중・소형 아파트의 신고가액보다 낮은 ‘세금역전’ 현상도 여럿 확인됐다.
청담동 신동아빌라트(226㎡)는 기준시가 20억 원으로 신고됐지만, 인근 소형 평형 아파트인 청담 자이(49㎡)는 실거래가 기준 21억 원으로 오히려 더 높게 신고됐다. 국세청 감정 결과 신동아빌라트의 가액은 40억 원으로 재산정됐다.
이처럼 초고가 부동산을 기준시가로 신고해 세금 부담을 낮추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감정평가 사업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감정예산은 올해 96억 원으로 증액됐고, 평가 대상도 꼬마빌딩에서 아파트와 단독주택까지 확대됐다.
국세청은 감정평가 강화 효과로 자발적 시가 신고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시가 20억 원 이상 고가 부동산에 대해 감정가액으로 신고한 비율은 올해 1분기 60.6%로, 지난해(48.6%) 대비 약 12%포인트 증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신고한 상속·증여 재산은 감정평가를 통해 정당하게 과세하겠다”라며 "감정평가를 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나눠 증여하는 소위 '쪼개기 증여' 등 회피 행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과다 보유법인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골프장·호텔·리조트 및 서화·골동품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를 강화하는 등 상속·증여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