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법률 검토ㆍ수정 제안에도 활용
AI 통해 법 적용 따른 미래도 예측
여러 안전장치 설정 필요성도 제기

중동 부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려는 시도에 나선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로운 법률을 만들고 기존 법률을 검토·수정하는 데 AI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정부들도 법안 요약부터 공공 서비스 개선에 이르기까지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AI를 도입하려는 사례는 UAE가 처음이라고 FT는 설명했다.
UAE 각료들은 지난주 ‘AI 입법’ 추진을 감독할 새 내각 부서인 ‘규제지능청’ 설립을 승인하기도 했다. UAE는 연방·지방정부 법률과 법원 판결, 정부 서비스 등 공공 부문 데이터를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법이 국민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AI가 추적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UAE의 부통령 겸 총리이자 두바이의 국왕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AI로 구동되는 이 신규 입법 시스템은 법률 제정 방식을 변화시켜, 과정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만들 것”이라며 “AI가 정기적으로 입법 업데이트를 제안할 것이며 정부는 AI가 입법 속도를 70%까지 단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의 키건 맥브라이드 교수는 “군주제인 UAE처럼 권위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보다 정부의 광범위한 디지털화를 더 쉽게 받아들여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이와 유사한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목표 측면에서 UAE는 최상위권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UAE의 ‘AI 입법’ 계획이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AI를 활용해 미래에 필요할 법적 변화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옥스퍼드대의 빈센트 스트라우브 교수는 “단순히 보조 도구로서 AI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예측과 선제적인 제안을 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문제점과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스트라우브 교수는 “AI 모델은 인상적이지만 여전히 ‘환각 현상’, 견고성 등의 문제가 있어 AI를 신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마리나 드 보스 영국 바스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AI가 기계 입장에서는 말이 되지만 인간 사회에 구현하기에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이상한 법률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