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난타전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신당 창당 움직임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여부는 이번 국힘 대선 경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다만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등의 논란을 이어가는 사이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고치를 찍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된 전직 대통령에게 탈당은 국민과 당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스스로 당을 떠나는 것이 우리 당 쇄신의 첫걸음"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정치적 공동책임을 진 정당이 재정비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면 대선은 필패"라며 "전직 대통령을 방어하는 정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만 당이 하나로 뭉칠 수 있고 승리의 가능성도 열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탄핵을 부정하는 후보들이 체제 전쟁에 몰두하면서 민생과 경제성장 의제는 이미 빼앗겼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해야만 정권 심판이 아닌 시대교체로 프레임을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정복 후보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잊자"며 "윤 전 대통령을 집으로 보내드리고 이재명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절연을 선언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조직부총장도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과 관련해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렸다.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하면 된다"면서 "우리 당 후보들이 호미로 밭을 일구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은 트랙터로 그 밭을 갈아엎고 있다.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고 우리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방법은 없다"고 결별을 촉구했다.
반면 김문수·홍준표 후보는 윤 대통령과의 탈당 문제를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하라'는 소리 하기가 참 난감하다. 우리 당 후보로 정권 교체를 해 줬고, 물론 3년 동안 정치를 잘못해서 탄핵은 됐지만 시체에 또 난도질하는 그런 짓을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 역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탈당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일부 후보의 주장에 반대한다"며 "탄핵 사태는 당에도 정치적 책임이 있다. 조기 대선 정국을 맞아 '윤 전 대통령을 탈당시켜 표를 더 많이 받겠다'는 식의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파면됐으니 내치자'는 식의 요구는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다. 감탄고토의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는 홍 후보가 '시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시체'에 비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무례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논란은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가 4시간 만에 보류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게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윤심'과 '반탄'이 당심을 끌어들일 수는 있으나 중도 확장 등 외연 넓히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창당을 위해 움직였던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기자회견 무산 소식을 알린 공지글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의 압박이 오늘 하루 빗발쳤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처럼 윤심과의 논란을 벌어는 동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갤럽이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이 후보는 38%를 기록했다. 갤럽은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20%대 초반, 9월부터 12월 초까지 20%대 중후반,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30%를 웃돈다"면서 "이번주 38%가 최고치"라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김문수 후보는 각각 7%로 뒤를 이었다. 한동훈 후보는 6%,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예비후보는 2%를 기록했다. 26%는 의견을 유보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