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홈술(집에서 즐기는 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이들의 입맛에 발맞춰 여러 유형의 수입주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와인, 위스키, 하이볼이 순차적으로 유행을 휩쓴 데 이어 최근에는 테킬라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테킬라 수입액은 2020년 253만1000달러에서 2024년 645만5000달러로 약 155% 증가했다. 특히 테킬라 수입 규모는 2022년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위스키 수입액은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소폭 감소했다. 국내 주류업계는 위스키와 하이볼의 경우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주류업계에서 테킬라 유행을 점치는 배경은 단순히 수입 규모 증가세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이미 테킬라가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와인과 싱글몰트 위스키 역시 미국 등 해외에서 인기를 누린 뒤 국내에서 유행하는 흐름을 보였다. 테킬라는 미국에서 ‘셀럽의 술’로 꼽힌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카사미고스’를, 유명 모델 켄달 제너는 ‘818 테킬라’를 론칭했다.
주류통계기관 IWSR에 따르면 테킬라는 2023년 미국에서 보드카, 위스키를 제치고 증류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미겔 파스칼(Miguel Pascual) 페르노리카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는 “테킬라는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주류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파급력이 있는 카테고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체들은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를 국내에 앞다퉈 들여오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돈 훌리오’, 아영FBC ‘오초’, 페르노리카코리아 ‘알토스 플라타’, 국순당 ‘818 테킬라’ 등 프리미엄 테킬라 국내 출시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 예능 프로그램 ‘서울체크인’ 등에서 테킬라가 등장하며 대중의 관심이 증가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테킬라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파인 드링킹’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 다음으로 수혜를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테킬라는 예전처럼 ‘한 번에 털어먹는’ 술이 아닌, 고급 바와 파티에서 음미하는 술로 자리를 잡고 있다. 칵테일 문화가 부상하면서 음료 등과 청량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이에 업체들 역시 테킬라의 과거 ‘저렴한 클럽 술’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화 전략을 취해 프리미엄 제품을 바(Bar)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아영FBC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테킬라의 입지가 이미 ‘뉴 럭셔리 스피릿’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차세대 위스키’로 주목받으며 고급 소비 시장을 이끌고 있고, 이런 트렌드는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