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적자 11조원↑…재정준칙 기준 초과[필수추경]

추가 국채발행 8조…GDP대비 재정수지 2.8→3.2%
"신용등급 영향 없어…국회 증액 요구, 유연하게 대응"

(기획재정부)

정부가 12조2000억 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약 11조 원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도 재정준칙 기준인 3%를 웃돌게 됐다. 정부는 추경을 위해 8조 원대 국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경 규모가 커질 경우 증액분은 모두 적자국채로 충당해야 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5조 원대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84조7000억 원 적자로 본예산(-73조9000억 원) 대비 10조9000억 원 늘어날 전망이다. 총수입(652조8000억 원)은 한국은행 잉여금 초과수납분·지방채 이자수입 등으로 본예산보다 1조3000억 원 늘었지만 총지출(685조5000억 원)이 추경 규모 만큼 증가한 여파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에 따라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목표도 당초 2.8%에서 3.2%로 0.4%포인트(p) 상향 조정되면서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아래 내내 법제화를 추진했던 재정준칙 기준을 또 넘기게 됐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5.0%)부터 2023년(3.6%), 2024년(4.1%)에 이어 최근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 올해까지 4년 연속 재정준칙을 자체적으로 지키지 못한 셈이다.

다만 2022년과 올해는 각각 △코로나19 △영남권 산불·미국 관세 정책 등 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를 계기로 추경이 편성된 해로, 이 경우 재정준칙 면제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재정건전성만 생각하다 (추경 등) 재정의 역할을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재정준칙이 도입돼도 추경 요건에 부합한다면 적용이 면제되기 때문에 재정준칙과 재정의 역할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 악화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올해나 내년 상황을 보는 게 아니고 중기적 관점에서 잘 관리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본다"며 "현재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라면 등급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2000억 원 △한은잉여금 초과수납분 1조2000억 원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1조5000억 원 △주택도시기금 2000억 원 등 세계잉여금·기금자체자금 등 가용재원 4조1000억 원을 비롯해 국채를 8조1000억 원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8조 원 규모의 추가 국채 발행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보지는 않는다. 올해 원화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을 포함한 정부의 국채 발행 규모는 본예산 기준으로 지난해(158조 원)보다 60조 원 많은 220조 원 수준이다. 김 차관은 "이번 추경은 가용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4조 원을 자체적으로 충당했고 8조 원 정도가 국채시장에 풀리는데 이 정도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22일 국회로 넘어가는 정부 추경안이 원안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당초 35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발표했던 민주당은 추경 마지노선으로 15조 원을 제시했다.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이견 사업 증액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과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추경이 내수 진작보다는 산불과 미국 관세 정책 대응에 중점을 둔 만큼 6·3 조기대선 이후 새 정부의 2차 추경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추경 재원 조달에 가용재원을 끌어모은 만큼 이후 추경은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은 "국회 증액 요구에 죽어도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없다"며 "추경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요구 내용, 시급하게 처리하려는 목적과 부합한다면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