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상황 인식이 기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왜 조기 선거를 하게 됐느냐 하는 배경을 분명하게 알면 저렇게 많이 나올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파면된 만큼 자숙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또 “숫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에는 뚜렷한 후보감이 없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차기 대선주자 1위를 하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 “처음에 (대선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여론 조사상 지지도가 높으니까 그걸 믿고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경선 승리를 두고 봐야 한다. 초기에 비해 지지도가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주도했던 한 전 대표에 대해선 호평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보기에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후보로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한 전 대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를 두고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었는데 그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이다. 한 전 대표가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어떤 의미에선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대표에게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계엄이 해제됐기 때문에 오히려 윤 전 대통령 입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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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현재 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소멸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6월 3일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고 나면 친윤이라는 건 다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지금은 친윤, 친윤 하지만 권력이 바뀌면 또 그쪽으로 갈 사람들”이라는 게 이유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한덕수 국무총리 대선 차출론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에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하지만 한 총리는 이번 계엄의 직접 당사자였다”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을 이끌어 정치권의 ‘킹메이커’로 통하는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선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도움하는 건 그만하려고 한다”며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도와줬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것에 대한 책임 의식도 있고, 더 이상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