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신경전에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0.01포인트(0.84%) 내린 3만7645.59에, S&P500지수는 79.48포인트(1.57%) 밀린 4982.77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335.35포인트(2.15%) 급락한 1만5267.91에 마감했다.
장은 저점 매수세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의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큰 폭으로 반등 출발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에 따르면 약 70개국이 관세 협상을 요청해왔고, 협상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9일 오전 0시 1분부터 50%를 추가로 부과해 총 104%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중국에 10%, 1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34%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 공격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혀 미중 갈등 속 시장 불안감이 극대화되면서 증시는 반락했다.
이에 이날 다우지수는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해 4500포인트가 빠졌다. S&P500지수는 2월 최고점 대비 19%나 폭락,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5000 아래로 마감해 약세장 구간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4거래일간 13% 이상 떨어졌다.
이날 강세로 출발했던 대형 기술주들도 대체로 하락 마감했다. 전 거래일에서도 중국 관세 우려에 하락했던 애플 주가는 이날도 4.98% 급락했다. 테슬라도 5.02% 떨어졌다.
국가별로 부과된 개별 상호관세도 9일부터 시행된다. 로버트 루기렐로 브레이브이글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방송에 “반등세가 가시화되려면 무역정책이 더 안정돼야 한다”며 “기업이 장기적인 자본 배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지속력이 유지돼야 한다. 일관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관세 우려도 이어졌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트럼프가 발표한 관세는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면서 “그만큼 높은 비용이 얼마나 빠르게 또는 완전히 소비자에게 전가될지, 또 기업과 소비자가 어느 정도까지 억제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프코 연은 총재도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했다.
국제유가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글로벌 무역 전쟁을 촉발한다는 우려에 배럴당 60달러(약 9만 원) 선마저 무너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12달러(1.85%) 떨어진 배럴당 59.58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1.39달러(2.16%) 하락한 배럴당 62.82달러로 집계됐다.
WTI는 장 초반 1.7%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재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이날 WTI는 배럴당 60달러 선이 무너지고, 4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WTI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15%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CN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의 생산 증대로 시장이 경기침체 공포라는 ‘독성 칵테일’에 직면했다”며 “사람들이 무역분쟁에 대한 잠재적인 탈출구가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도 미국에 “끝까지 싸우겠다”며 미·중 관세 전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통화에서 “부정적인 외부 영향을 완전히 상쇄(offset)할 충분한 정책 도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증시는 일제히 2%대 상승했다.
8일(현지시간) 범유럽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9포인트(2.72%) 상승한 486.91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490.64포인트(2.48%) 오른 2만280.26에, 영국 런던증시 FTSE지수는 208.45포인트(2.71%) 상승한 7910.53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지수는 173.30포인트(2.5%) 오른 7100.42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며칠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충격에 급락세를 보이던 주요 지수는 모처럼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관세 인하를 놓고 협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고 CNBC방송은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관세 유예에 관한 질문을 받자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협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관세를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게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임박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정오까지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산 관세를 50% 추가하겠다”고 경고했고, 그러자 중국 상무부는 “관세를 확대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맞받았다.
국제 금값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속에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1% 상승한 온스당 2984.16달러에 마감했다. 장 초반 1.3%까지 올랐다가 상승 폭을 좁혔다. 6월물 선물가격은 0.5% 상승한 온스당 2990.2달러로 집계됐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일주일 최고치를 기록하자 수익률이 없는 금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CNBC는 설명했다.
다만 금값은 모처럼 상승 전환했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현재 옵션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5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40%까지 점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XTM의 루크먼 오투누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3거래일 연속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은 무역 긴장과 미국 금리 인하 전망으로 매력이 커지면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3055달러를 견고하게 돌파하면 3100~3130달러까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며 “반면 3000달러 밑에서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면 2930~29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하락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9일 오전 8시 3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3.55% 하락한 7만6345.9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5.41% 내린 1468.5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5.66% 급락한 1.80달러로, 솔라나는 1.75% 떨어진 105.11달러로 각각 거래됐다.
미국 달러화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해지자 하락했다.
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1% 하락한 103.32로 마감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4% 상승한 1.0955달러, 파운드·달러 환율은 0.4% 오른 1.277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0.53% 하락한 147.06엔으로 집계됐다.
보스턴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빈 로 수석 투자전략가는 “달러가 다른 통화보다 저조한 성과를 낸 것은 관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NBC는 “시장이 미·중 간 소모전에 대비하고 있다”며 “달러인덱스는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약 0.7% 하락했는데, 투자자들이 시장 침체를 막아주던 달러의 전통적 역할과 미국 경제가 입을 타격을 저울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