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서문샷’ 美 진출 기대했는데…빈손으로 잔치 끝내나

입력 2024-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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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1-1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오바마-바이든 대표 공적, 트럼프 행정부 지속 불투명…“민심 무시 못해 유지될 가능성도”

바이든 행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Cancer Moonshot)’에 합류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향방이 주목된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 확대 및 미국 진출 기회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맥이 빠지게 됐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캔서문샷 프로젝트의 지속성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캔서문샷은 암 질환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해 향후 25년 내에 미국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50% 이상 감소시킨다는 목표로 추진되던 미국 정부 프로젝트다.

캔서문샷은 본격적으로 가동한 지 2년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공공·민간 부문의 92개 기업과 기관으로 구성된 ‘캔서엑스(CancerX)’가 출범하며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암 치료제 및 진단기술에 대한 연구와 신기술 도입에 연간 18억 달러(2조512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프로젝트에는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국립보건원(NIH), 국립암연구소(NCI) 등 미국 정부 연구기관과 존슨앤존슨(J&J), MSD, 암젠 등 주요 글로벌 빅파마뿐 아니라 아마존, 인텔 등 정보기(IT)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에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무대였던 셈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지난해 속속 프로젝트 참여 소식을 알리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루닛은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캔서X 창립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루닛은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관련 이미지 처리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 스코프’ 등 자체 기술을 보유해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역시 췌장암 항체신약 ‘PBP1510’과 췌장암 진단키트 등 유망 기술을 앞세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젠큐릭스, 싸이토젠, HLB 파나진, GC셀 등 항암제와 진단검사 기술에 주력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합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켄서문샷이 대표적인 미국 민주당 사업이라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 내 암의 예방,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잠정 중단된 프로젝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재시동을 걸 수 있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전 정부의 공적을 적극적으로 지울 것으로 보여, 켄서문샷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국 기업의 미국 진출 장벽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무역 규제 강화, 전통에너지 및 제조업 육성, 국경보안 강화 등 미국 중심 경제 안보 정책 강화가 예상된다”라며 “특히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추구, 무역 및 기술 경쟁, 자국 산업 역량 강화 및 국가안보를 위한 정책 강화 등이 전망된다”라고 내다봤다.

캔서문샷 프로젝트가 유지된다고 해도 미국 정부의 투자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한 정책 중요성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 정책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구조로 재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를 새 정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의 인구 10만 명당 암발생률은 362.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치인 300.9명을 크게 상회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암 치료제와 진단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민심을 무시하고 정책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프로젝트의 명칭이나 세부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지만, 암 정복 및 암 사망률 감소라는 장기적인 목표에 따라 이뤄지는 정부 투자는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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