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나온 4만 의사들 “의대정원 확대, 필수의료 살릴 수 없다”

입력 2024-03-03 15:31 수정 2024-03-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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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탄압 중단 호소…조건 없는 대화·원점 재논의 촉구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의료·지방의료를 절대 살릴 수 없습니다. 단순히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에 불과합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는 의료현장을 떠난 의사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소신 있는 응급진료 형사처벌 웬 말이냐, 준비 안 된 필수정책 의료체계 종말이다, 근거 없는 의사증원 피해자는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통해 한목소리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이 필수의료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여의대로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만난 응급의학과 의사 A씨는 “의사를 늘리는 건 절대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 지금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정부 정책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응급환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공공재가 아니다. 가만히 놔둬도 열심히 일할 의사를 욕하고 처벌한다면 필수의료 현장이 더 빨리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개원가 의사 B씨는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는 의료정책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십수 년 뒤부터 의사 수가 늘 것이라 저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힘들어할 후배의사들을 위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 개혁’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을 결정했다”며 “이에 의료 미래 주역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크게 분노했고, 의협은 비대위를 구성해 한목소리로 정책 추진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전공의를 압박하고 회유를 통해 비대위와 갈라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대화를 말하며 정원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이중성과 느닷없이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정부는 말 그대로 의사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가 시작한 어처구니없는 의료정책이 전공의와 의대생의 거대한 저항을 불러왔고, 우리 의사 모두는 하나가 됐다”면서 “정부는 의사를 반국민적인 범죄자 집단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라는 일방적인 발표가 현 사태를 만든 것이다. 우리 의사 모두는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 이제 협박과 탄압을 중단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조건 없는 대화의 장을 열어달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의사가 부족해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것인가.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필수의료 정책”이라며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의사 구속과 수억 원의 배상 판결로 자신이 전공한 진료를 포기하게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부는 의사 증원의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내놓고 있지 않다. 이제라도 원점에서 재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이 필수의료 위기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려면 과밀화를 해결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면 된다. 지금껏 그걸 못한 것은 정부다. 소아과 오픈런이 문제가 아니라 중증소아환자 인프라 붕괴가 문제다. 그것 또한 정부가 조장한 일”이라며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방관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2000명 증원은 실질적인 의료개혁이 아니라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며 지지율 상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이어 이 회장은 “이번 정부의 증원 결정은 전형적인 졸속 탁상행정”이라며 “현장의 비판을 묵살하고 인권을 탄압하며 공약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라는 것은 정부다. 최소한 지금의 정부는 국민과 의사를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정부의 승리가 아니다. 믿음이 없어지면 더 이상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사는 없어지고, 어떠한 의사단체도 정부와의 대화, 협의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인정받던 우리나라 의료는 이제 찾아볼 수 없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현장에 참가한 의사들은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증원 결사 반대’, ‘비과학적 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등의 문구가 써있는 피켓을 들고 정부의 의료정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이 넘는 인원이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보건의료노조와 녹생정의당이 의사 현장복귀를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보건의료노조와 녹생정의당이 의사 현장복귀를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한편, 의사들의 총궐기대회에 앞서 오후 1시에 보건의료노조와 녹생정의당이 함께 의사 현장복귀를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들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방관하는 동안 병원에는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PA가 1만 명을 넘어서 2만 명에 가까이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환자가, 국민이 의사가 부족하고 의대 증원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함에도 의사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고 의사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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