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명령은 벌금 대신 '몸빵'?…집행유예에 붙는 병과처분의 세계 [부수처분이 뭐길래]

입력 2024-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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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뉴시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뉴시스)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그리고 재범예방을 위해 수강명령도 함께 부과한다. 피고인에 대해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한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지난해 12월 무면허운전 과정에서 접촉사고까지 일으킨 피고인에게 이처럼 형을 선고했다. 함께 선고된 준법운전강의 수강은 형법 62조의 2(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에서 정하는 부수처분 중 하나다.

부수처분은 집행유예가 선고될 때 함께 부과될 수 있다. 피고인은 집행유예 기간 동안 부수처분을 이행하며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부수처분은 재범 방지를 위해 도입됐다. 시설에 구금해 엄벌하기보다 보호시설의 교육과 감시를 통해 재범을 막자는 취지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보다 교화 필요성에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며 부수처분 선고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에 따르면 집행유예 선고 시 병과되는 부수처분은 매년 약 5만 건에 달한다. 비율로는 꾸준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집행유예 선고 10개 중 6개 이상은 부수처분이 함께 선고된 셈이다.

전자발찌 착용자도 사회 복귀 돕는다…다양한 부수처분의 세계

잘 알려진 부수처분은 성범죄자나 살인자 등에 명령하는 전자발찌 착용이다. 전자발찌를 착용할 정도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집행유예보다는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하거나 가석방하는 경우 이 같은 부수처분을 받는다.

▲2014년 전자발찌 송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난 30대 성범죄자 박모씨가 서울에서 시민의 제보로 검거, 광진경찰서 형사들이 박씨를 동부보호관찰소로 이송시키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 전자발찌에 대한 전자감독, 치료명령 등은 전국의 보호관찰소가 담당한다.  (뉴시스)
▲2014년 전자발찌 송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난 30대 성범죄자 박모씨가 서울에서 시민의 제보로 검거, 광진경찰서 형사들이 박씨를 동부보호관찰소로 이송시키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 전자발찌에 대한 전자감독, 치료명령 등은 전국의 보호관찰소가 담당한다. (뉴시스)

전자발찌 착용이라는 부수처분을 부과받은 피고인들은 ‘처우 프로그램’과 원호 지원도 받는다.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다. 영화‧공연 감상, 스포츠활동, 기념일 챙겨주기, 심리 치료 등이 있다.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숙소알선과 경제구호, 직업훈련, 문신제거도 지원해준다.

이밖에도 성범죄자에 신상정보등록, 취업제한, 성충동 약물치료명령, 마약사범에 치료‧감호명령, 정기적 약물검사 등 다양한 부수처분이 부과되고 있다.

“벌금 대신 몸으로 떼울 수 있나요?”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수강명령 및 사회봉사명령 등이다.

수강명령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들을 교화‧개선하기 위해 교육과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피고인들이 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듣는 형태다.

특히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이들에게 가장 많이 내려진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수강명령 중 가장 높은 비중은 준법운전(58.5%)이며 성폭력치료(16.5%), 기타(10.8%), 가정폭력치료(7.1%), 알코올치료(1.9%) 등이 뒤를 이었다.

사회봉사명령은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가정폭력범이나 절도범, 횡령범 등 다양한 피고인들에게 부과된다.

벌금을 납부할 형편이 못된다면 사회봉사로 대신할 수 있다. 납부해야 할 벌금을 사회봉사 시간으로 환산하는 식인데, 벌금납부 대신 사회봉사를 선택하는 피고인들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분야는 △환경정비 관련한 자연보호 △장애인‧아동복지시설 관련 복지분야 △공공시설에서 업무수행 △농촌봉사 등 대민지원 등으로 나뉜다. 농협이나 병원, 정부 등 협력기관에서 이뤄진다.

“부수처분 꼭 지켜야하나요?”

부수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집행유예는 취소된다. 형법은 “부수처분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한 경우 집행유예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부수처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보호관찰소는 이를 검사에게 신고하고, 검사는 ‘집행유예를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한다.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집행유예가 취소되면 피고인은 실형을 복역해야한다.

집행유예 취소는 크게 두 가지다. 부수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때와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저질렀을 때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집행유예가 취소된 사례는 총 785건이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법원‧법무부 “관련 통계 자료 관리하지 않아”

담당 기관인 법원과 법무부는 피의자들이 부수처분을 이행하지 않는 이유가 의무감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제도에 문제가 있는지, 개인의 사정에 따른 것인지 등 사유를 구별해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두 기관은 집행유예 취소 사례 각각에 대한 통계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 관계자는 “두 경우를 구분해 통계를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행유예라는 제도 자체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과연 타당한 건지 효과성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관의 집행유예 선고 자체가 정확하지 않은 판단이었던 것인지, 피의자들이 집행유예를 ‘처벌 면제’로 오해하는 것인지 등 어떤 이유로 부수처분을 이행하지 않아 집행유예가 취소됐는지를 엄밀히 구분해 일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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