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 ‘인플레전쟁’ 승리선언은 일러

입력 2023-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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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낮아졌지만 목표치에 못미쳐
긴축종료 기대커져 자산시장 ‘꿈틀’
성급한 예단 말고 데이터로 대응을

“미국의 금리 인상은 끝났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제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기에, 높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것(higher for longer)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삽시간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1월 초 FOMC에서 연준은 8월부터 빠르게 높아진 미국 국채 금리로 인해 금융 시장이 긴축적으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실물 경제가 상당한 긴축 압력을 느끼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다소 낮아졌음을 시사했다. 이후 발표된 미국의 11월 고용 지표 역시 예상보다 약한 수준으로 발표되며 강했던 미국의 성장이 어느 정도 약해지면서 가장 큰 화두였던 임금 상승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었다. 11월 중순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결정적이었는데,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물가를 나타내면서 근원 물가 기준으로 4.0%까지 하락, 2년래 최저치를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났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을 하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우선 2년래 최저치인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4%를 기록하며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물론 향후 해당 지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임대료 하락분이 발표되면 보다 안정될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섣부른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번째는 올해 초의 기억이다. 올해 초 높아진 금리와 물가로 인해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는 과거 10여년 동안 이어진 경기 침체 국면에서의 연준의 돈 풀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이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큰 폭 반등하는 데 성공했으며 향후 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 미국 국채 금리 역시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자산 가격의 상승과 시장 금리의 하락은 경기 침체를 앞둔 미국 경제에 화색이 돌게 해주었는데, 이로 인해 소비가 다시금 늘어나면서 경기 침체가 늦추어지게 된다. 경기 침체는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침체를 예상한 경제 주체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그 방향을 바꾸었던 것이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면서 이어진 소비는 다시금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사실상 끝난 줄 알았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지난 7월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 같다는 시장의 기대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로 바뀌면서 국채 금리를 빠른 속도로 밀어내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연준은 11월 FOMC에서 시장 금리의 상승 때문에 긴축 압력이 높아졌으며, 이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낮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불과 수주 만에 큰 폭 하락한 미국 시장 금리를 보면서 연준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리고 시장 금리의 하락과 함께 빠르게 뜨거워지기 시작한 자산 시장을 보면 실제 금융 시장은 연준의 긴축 부담을 실제로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게 한다.

이렇게 빠르게 반등한 자산 시장은 재차 소비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꺼져가는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다시금 살려내어 인플레이션과의 장기전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 이에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에서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서면서 시장의 다소 성급한(?) 승리 선언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내년 4월 정도에는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맞서 ECB는 향후 2개 분기 동안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연준에서는 최근의 빠른 시장 금리 하락세를 주시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장에 거듭 경고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970년대의 교훈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끝나갈 듯 하면 성급하게 통화 완화로 전환하고, 다시금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뒤늦게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대응하는 정책을 반복하면서 이른바 스톱&고(Stop & Go) 정책의 실수를 이어갔던 바 있다.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에서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기를 기대하는 시장의 성급함과 7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연준의 신중함이 교차되는 상황이다. 선제적인 예측보다는 데이터에 근거한 객관적 확인과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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