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한 ‘무량판 구조’…“표준시공법과 감리제도 개선해야”

입력 2023-08-01 16:34 수정 2023-08-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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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당 구조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 방식은 시공이 빠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무량판 구조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최대한 안전 방안을 강구해야하는 이유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 설계ㆍ시공 과정에서 독립된 검증 절차가 없었고, 전문적인 검사 절차가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위층 구조인 ‘슬래브’를 지탱하도록 만든 건물 구조를 말한다. 과거에는 다리(교량) 건설에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건물을 지을 때도 사용된다. LH는 2017년부터 무량판 구조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 없이 벽이 천장을 받치는 벽식 구조보다 시공 기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보가 없어서 거푸집 공사가 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용도 절감된다. 더불어 층고를 더 높게 만들 수 있고, 벽이 없기 때문에 층간소음에도 강하다. 벽식 구조 대비 소음과 접하는 면이 적기 때문에 층간소음 저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날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무량판 구조가 인건비, 공사비 등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커 도입했다”며 “연간 751억 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주차 공간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무량판 구조는 지지를 도와주는 보가 없어 충격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수평 하중에도 약하기 때문에 지지력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기둥 상부층이 뚫리는 펀칭전단 현상이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 이에 무량판 설계를 할 때에는 기둥과 슬래브 연결부에 전단 보강근(철근)을 충분히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의 미흡으로 곳곳에서 붕괴 사고가 이어지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4월 인천 검단 AA13-2블록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전단 보강근이 기존 설계 기준보다 부족해 발생했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단지 붕괴 현장도 무량판 구조였는데 임의로 시공 방법을 변경해 하중이 커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철근 누락 현장에 관해 철저히 보완 시공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부에서는 향후 무량판 구조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H 관계자는 “한국콘크리트학회로부터 7가지 보완공법을 제시받았다”며 “이중 기둥 사이에 보조 기둥을 신설해 지지대를 만드는 방식과 슬래브와 기둥사이 접합지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제시한 보완 방식이 구조적으로는 가능한 방식”이라면서도 “이미 국민에게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이다. 국가 차원에서 무량판 구조 사용 전반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유명무실한 감리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감리는 설계와 시공을 감시할 최후의 보루임에도 최근에는 감리제도가 허울 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감리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현장에서는 은퇴한 고령자나 신입이 감리원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감리가 열심히 일할 수록 '공기가 늘어난다'는 눈총을 받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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